“열 39도라도 출근은 해야죠”… 풍자보다 더 독했던 ‘유치원 교사’의 진짜 현실

이수지 영상과 부천 교사 사망 사건으로 드러난 유치원 교사의 열악한 현실과 구조적 개선책을 통해 휴식권 보장 실태를 짚어봅니다.

개그맨 이수지의 '유치원교사' 패러디 영상
개그맨 이수지의 ‘유치원교사’ 패러디 영상 / 사진=유튜브 ‘핫이슈지’

핵심 사항

  • 부천의 한 유치원 교사가 39.8도 고열에도 병가 없이 출근하다 숨지는 비극이 발생했습니다.
  • 사립유치원 교사의 연월차 사용 가능 비율은 38.3%로 어린이집의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 1학급 1교사 체제와 실효성 없는 병가 지침 등 교사의 휴식권을 가로막는 구조적 개선이 시급합니다.

개그맨 이수지가 유튜브 채널에 올린 ‘유치원 교사 이민지 씨의 끝나지 않는 24시간[휴먼다큐 진짜 극한직업]’ 편이 게재 10일 만에 조회수 500만 회를 기록했다.

맞벌이 부모를 위해 새벽 4시에 출근하고, 학부모 민원·감정노동·야간돌봄을 홀로 감당하는 유치원 교사의 일상을 풍자한 콘텐츠다.

2만 건이 넘는 댓글에서 전·현직 교사들은 “현실은 더하다”고 입을 모았다. 경기 부천 사립유치원 교사 사망 사건이 잇따라 알려지면서 구조적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새벽 4시 출근·야간돌봄·학부모 민원

개그맨 이수지의 '유치원교사' 패러디 영상
개그맨 이수지의 ‘유치원교사’ 패러디 영상 / 사진=유튜브 ‘핫이슈지’

영상에 등장하는 교사 이민지 씨는 맞벌이 부모를 둔 아이의 오전 돌봄을 위해 새벽 4시에 출근한다.

오전부터 ‘유칼립투스 성분 물티슈를 써달라’, ‘클럽에 다니지 말라’는 민원이 쏟아지는 한편, 점심 식사 중에 아이들 대변을 처리하고 만 3세 아이들에게 주식 교육까지 진행한다.

야간돌봄 수요에 대응하느라 밤늦게까지 유치원을 떠나지 못하고, 하루 종일 목소리를 높여 소통하다 마지막 원아가 돌아간 뒤에야 목이 쉬어버린다. 전·현직 교사들이 “현실은 더하다”고 반응한 이유다.

체온 39.8도까지 오른 채 18년 근무

숨진 유치원 교사가 생전 지인과 나눈 메시지
숨진 유치원 교사가 생전 지인과 나눈 메시지 / 사진=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 따르면, 경기 부천 고인은 1월 19일부터 24일까지 발표회 리허설로 고강도 일정을 소화했다.

카카오톡 메시지에는 체온 38.3도, 38.6도, 39.8도가 기록돼 있으며, 27일 B형 독감 확진 이후에도 29일 출근이 이어졌다.

30일 오후 2시 조퇴 후 응급 이송됐고, 중환자실 2주 끝에 지난달 14일 사망했다. 근무 기간은 18년이었다. 관건은 왜 병가를 쓸 수 없었느냐는 구조적 문제다.

연월차 사용 가능 비율은 겨우 38.3%

개그맨 이수지의 '유치원교사' 패러디 영상
개그맨 이수지의 ‘유치원교사’ 패러디 영상 / 사진=유튜브 ‘핫이슈지’

육아정책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유치원 교사 중 연월차 사용이 가능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38.3%에 그쳤다. 사용 불가 42.8%, 안내 미수령 19.0%로, 불가·미안내를 합산하면 61.8%에 달한다.

어린이집 교사의 사용 가능 비율 87.5%와 비교하면 49.2%p의 격차다. 핵심 원인은 사립유치원의 1학급 1교사 체제다. 교사 한 명이 결원되면 수업과 돌봄 공백이 즉시 발생하는 구조인 데다, 이를 메울 대체교사 풀이 충분히 구축돼 있지 않다.

게다가 질병관리청·교육부의 감염병 관리 지침은 등교 중지를 의무가 아닌 권고 수준으로만 규정하고 있어, 원장 재량으로 병가를 거부해도 행정처분 규정이 없다.

집회에 나선 유족
집회에 나선 유족 / 사진=연합뉴스

이번 사망 사건과 영상 파장은 유치원 교사의 병가 사용이 개인 의지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막혀 있다는 현실을 함께 드러낸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감염병 출근 중지 지침이 권고에 머무는 한, 고열 출근을 막을 법적 장치는 없는 셈이다.

영유아교사협회 이재필 대표와 전교조는 병가 의무화 및 대체교사 풀 구축을 촉구하고 있으며, 오는 15일 토론회에서 표준화 절차 마련을 공식 요구할 예정이다. 교육청의 병가 현황 보고 체계 정비와 공적 감독 강화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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