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배 요청했더니 알아서 하라더라”… 전세 매물 반 토막, 집주인 세상 된 ‘이 동네’

서울 아파트 전세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임대인 우위 시장으로의 재편에 따른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 증가와 협상력 약화에 대비한 전략적 자금 운용이 요구됩니다.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 사진=연합뉴스

핵심 사항

  •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이 1년 사이 2만 8,139건에서 1만 5,389건으로 45.4% 급감하며 임대인 우위 시장이 형성되었습니다.
  • 특히 노원구(-88.5%)와 중랑구(-88.0%) 등 강북·동북권의 전세 매물 감소세가 두드러지며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5년 반 만에 최고치인 122.5를 기록했습니다.
  • 공급 부족과 대출 규제로 전세의 월세 전환이 가속화되는 만큼 임차인은 도배나 수리비 지원 등 협상력 약화에 대비한 보수적인 자금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이 1년 사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아실(아파트실거래가앱) 집계 기준 2026년 4월 20일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만 5,389건으로, 1년 전 2만 8,139건 대비 45.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세가격은 연초 대비 0.56%, 월세가격은 0.60% 오르며 임차인 부담이 전세와 월세 모두에서 동시에 커지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강북·동북권 자치구에서 감소 폭이 두드러진 가운데, 전세 공급이 줄면서 세입자의 선택권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는 현장 평가까지 나온다. “예전에는 마음에 드는 집을 고르는 시장이었다면 지금은 물건이 나오면 먼저 잡아야 하는 시장으로 변하고 있다”는 부동산 전문가 설명이 현 상황을 압축한다.

강북·동북권 전세 매물 80% 안팎 소멸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전세·월세 매물 모집 안내문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매물 모집 안내문 /사진=연합뉴스

강북권 자치구의 전세 매물 감소는 서울 평균을 크게 웃돈다. 최근 1년간 노원구(-88.5%), 중랑구(-88.0%), 강북구(-83.5%), 성북구(-83.4%), 금천구(-77.1%) 등이 특히 가파른 감소율을 기록했다.

아실이 집계한 전·월세 통합 매물 기준으로도 중랑구는 1년 전 747건에서 182건으로 줄었고, 성북구(1201건→396건·-67.1%), 구로구(744건→270건·-63.8%), 노원구(1624건→616건·-62.1%), 관악구(852건→336건·-60.6%)가 뒤를 이었다.

반면 대규모 신규 입주가 이어진 송파구 등은 전세 공급이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편으로, 지역 간 온도 차가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 / 사진=연합뉴스

관악·구로·금천·노원·도봉·강북 등은 상대적으로 전셋값이 낮아 사회초년생·신혼부부·청년층 전세 수요가 많은 지역으로 인식된다.

이들 동네에서 매물이 급격히 줄면서 중랑구 신내동, 성북구 길음동 인근 공인중개업소에서는 소개 가능한 전셋집이 3~4개 수준에 불과하고, 물건이 나오면 곧바로 계약이 체결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급 부족에 제도 변화까지 겹쳐 잠식 가속화

아파트·비아파트 전월세시장 분석결과 발표 기자회견
아파트·비아파트 전월세시장 분석결과 발표 기자회견 /사진=연합뉴스

아실 통계 기준 2026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약 1만 8,550가구로, 서울 연간 적정 수요인 4만 가구를 크게 밑돈다. 여기에 2020년 7월 시행된 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도입 이후 신규 전세 물건이 줄어드는 흐름이 이어졌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기준을 공시가격의 150% 수준에서 126% 수준으로 낮추는 등 보증 한도를 단계적으로 축소해 왔다. 갭투자에 활용되던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도 제한되면서 전세 공급 인센티브가 줄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부동산원 집계 기준 6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22.5 수준으로, 2021년 2월 셋째 주 122.8 이후 약 5년 반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세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200에 가까울수록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 세입자에게 불리한 시장임을 의미한다.

전세난이 월세 부담으로 세입자 협상력 약화

서울 강남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서울 강남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사진=연합뉴스

전세 매물 감소는 월세 시장 구조 변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임대차 신고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2023년 4월 1만 3,979건에서 2026년 4월 8,613건으로 약 38%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월세 거래량은 9,828건에서 1만 1,269건으로 증가해 전체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 비중이 약 절반 수준까지 확대됐다.

전세대출 규제 강화로 자금 조달 장벽이 높아진 세입자들이 월세로 이동하면서 월세 가격을 자극하는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

세입자의 협상력 약화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확인된다. “도배를 요청했더니 집주인이 알아서 하라고 했다”, “에어컨 수리를 거절당했다”, “계약 연장을 원하면 월세를 올려달라고 했다”는 호소가 이어지며, 집주인 우위 시장이 일상에서 체감되는 수준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서초구 반포 아파트
서초구 반포 아파트 / 사진=연합뉴스

전세 매물 부족과 월세 전환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서울 외곽 저가 전세 시장의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다. “공급 회복 없이는 세입자의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전문가 경고처럼, 입주 물량이 늘지 않는 이상 강북권 임차 시장의 공급 압박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전세·월세 모두 상승 압력을 받는 환경인 만큼, 청년·신혼부부 계층의 주거비 부담이 얼마나 더 늘어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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