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거래인데”… 갑자기 날아온 소명 요청, 과태료 3,000만 원에 ‘눈물’

김민규 기자

발행

부동산 거래 적정성 검사, 과거 거래까지 소급 조사
기한 내에 미제출 시 과태료만 3,000만 원 부과

신혼집을 마련한 지 만 2년이 지난 A씨에게 송파구청에서 등기가 날아왔다. 처음에는 보이스피싱인가 싶었다. 하지만 내용을 확인한 A씨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24년 초에 완료한 부동산 거래에 대해 매매계약서 사본부터 계약금·중도금·잔금 입출금 내역, 매수 자금 마련 경로를 증명하는 모든 자료를 2026년 1월 이내에 제출하라는 내용이었다. 기한 내 미제출하거나 허위 자료를 제출하면 최대 3,0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경고도 함께 적혀 있었다.

A씨는 “이미 끝난 거래를 왜 다시 증명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당황스러워했다. 계약 당시 정상적으로 신고했고, 대출도 은행을 통해 정식으로 받았으며, 등기까지 마친 상태였다. 그런데 2년이 지나 갑자기 자금 흐름을 재증명하라는 요구를 받은 것이다.

국토부→한국부동산원→서울시→자치구 순차 통보

서울 송파구청 부동산정보과에서 발송한 등기우편 봉투
서울 송파구청 부동산정보과에서 발송한 등기우편 봉투 /사진=온라인커뮤니티

이런 일이 벌어진 배경에는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에 따른 적정성 검사가 있다. 국토교통부가 부동산 거래 신고 내역 중 이상 징후가 있다고 판단한 건을 조사 대상으로 선정하면, 한국부동산원을 거쳐 서울시로, 다시 자치구로 명단이 전달된다.

자치구는 해당 거래 당사자에게 소명자료 제출을 요청하는 등기를 발송한다. 송파구청 부동산과 관계자는 “정상적인 행정 절차이며, 상시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문제는 조사 대상 선정 기준이 명확히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금조달계획서 내용과 실제 거래 내용이 일치하지 않거나, 신고가와 시세 간 차이가 큰 경우가 대표적이지만, 자금 흐름이 불명확하거나 대출·차용금·증여가 혼재된 경우, 현금 거래 비중이 높은 경우에도 소명 요청을 받을 수 있다.

심지어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대상이 아니었던 거래라도 이상 징후가 포착되면 소명을 요구받는다. 국토부는 “선별 기준을 세부적으로 공개하면 편법 거래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구체적인 기준은 밝히지 않고 있다.

“AI로 의심 거래 걸러낸다” 온라인 여론 들끓어

서울 잠실에 위치한 공인중개사 사무실
서울 잠실에 위치한 공인중개사 사무실 /사진=연합뉴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 같은 소명 요청 사례가 잇따라 공유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AI로 거래를 선별해 의심되는 건은 일단 소명을 요구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부터 “예전에는 못 잡았던 것을 이제 걸러낸다”는 해석까지 다양한 반응이 나온다.

특히 제출 기한이 임박한 시점에 통보받아 세무서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도 포착됐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거래 당시 신고로 절차가 종료됐지만, 이제는 거래 이후 수년이 지나도 소급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자금 출처 관련 자료는 일정 기간 보관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서울 잠실에 위치한 공인중개사 사무실
서울 잠실에 위치한 공인중개사 사무실 /사진=연합뉴스

실제로 매매계약서 사본, 계약금·중도금·잔금의 입출금 내역, 대출 확인서, 증여세 납부 증명 등 자금 흐름을 증명할 수 있는 모든 서류를 체계적으로 보관해야 향후 소명 요청에 대응할 수 있다.

부동산 거래 적정성 검사는 편법 거래를 방지하고 실제 거래가격을 확인해 자금 흐름의 투명성을 확보하려는 제도적 취지를 갖고 있다.

하지만 정상적으로 거래한 사람들까지 2년 후에 갑자기 소명을 요구받으면서, 제도의 취지와 현장의 혼란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 끝난 거래를 다시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당사자들의 불안은 커져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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