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밑으론 팔지 마!”… 아파트 입주민들의 ‘가격 담합’에 결국 무더기 송치

서태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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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입주민이 10억 원 미만 거래를 금지하는 담합을 주도했다.
경기도는 온라인 커뮤니티 기반 부동산 시장 교란 행위 차단에 나섰다.

경기도 부동산 시장 교란 특별대책반이 13일 하남시 A아파트 입주민 4명을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개설해 179명이 참여한 가운데 10억 원 미만 매물 거래를 금지하는 가격 담합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다.

아파트 입주민 4명, 가격 담합 적발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특별대책반은 지난해 12월부터 수사를 시작했으며, 성남과 용인 지역에서도 유사 사례를 내사 중이다.

입주민들은 채팅방에서 10억 원을 가격 하한선으로 설정하고, 이를 어긴 매물이 나올 경우 해당 중개사무소에 집단 민원을 넣는 방식으로 시장을 교란했다. 이에 따라 공인중개사 4곳이 항의 전화와 허위 매물 신고 피해를 입었으며, 일부는 매물 광고를 삭제하고 영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오픈채팅방 179명 참여, ’10억 원 미만 금지’ 합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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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 A아파트에서 주택을 매도한 A씨는 지난해 10월 오픈채팅방을 개설하고 입주민 179명을 비실명으로 참여시켰다. 채팅방에서는 10억 원 미만 매물을 금지하고, 위반 시 중개사무소를 허위 매물 취급 업소로 신고하자는 가이드라인이 설정됐다.

A씨는 2023년 7억 8,700만 원에 매입한 주택을 이달 초 10억 8,000만 원에 매도하며 3억 원 이상의 차익을 얻었다. 채팅방 대화 내용에는 “민원 넣기가 회사일처럼 루틴이 됐다”, “밥그릇 사수해야 한다”, “폭탄 민원으로 5,000만 원 이상 업(상승)시켰다”는 표현이 등장했다.

특히 입주민들은 10억 원을 현재 가격으로 인식하면서도 15억 원을 목표로 삼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네이버 허위 매물 신고와 하남시청 민원 접수를 독려하는 메시지도 다수 확인됐다.

중개사 4곳 피해, 항의 전화에 영업 중단

아파트 단지에 내걸린 현수막, 기사와 관련 없음
아파트 단지에 내걸린 현수막, 기사와 관련 없음 / 사진=연합뉴스

담합에 참여한 입주민들은 10억 원 미만 매물을 중개하는 공인중개사무소 4곳을 집중 공략했다. 이들은 하남시청에 민원을 접수하고, 네이버에 허위 매물로 신고하는 한편, 항의 전화와 문자를 집중적으로 보냈다. 반면 일부는 수요자로 위장해 영업장을 직접 방문하며 업무를 방해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피해 중개사무소들은 매물 광고를 삭제하고 영업 활동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집주인들은 반복되는 소명 요구와 가격 인상 압박에 시달렸다.

한편 부동산 담당 공무원들도 형식과 내용이 동일한 다수의 민원에 징계 요구 압박을 받으며 업무에 지장을 받았다. 지자체 부동산 부서 전체가 악성 민원으로 업무 마비 상태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성남·용인서도 유사 사례, 특별대책반 수사 확대

아파트 전경
아파트 전경 / 사진=연합뉴스

경기도 부동산특별대책반은 하남 외에도 성남 B아파트 단지 주민과 용인 공인중개사 친목회에 대한 내사를 진행 중이다. 성남 사례는 하남과 유사한 입주민 담합 정황이 포착됐으며, 용인 사례는 공인중개사들이 친목회를 결성해 비회원과의 공동 중개를 거부한 혐의다.

공인중개사법은 담합 근절을 목적으로 공인중개사의 친목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12일 특별대책반 회의를 주재하며 “주택 가격 담합, 전세 사기, 토지거래허가구역 부정 허가 등 부동산 시장 3대 불법을 집중 수사해 시장 교란 세력을 발본색원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특별대책반은 TF를 확대 개편해 부동산 시장 교란 행위 전반으로 수사 범위를 넓힐 방침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담합 확산 차단이 관건

아파트 전경
아파트 전경 / 사진=연합뉴스

이번 적발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한 집단적 가격 담합이 부동산 시장 질서를 심각하게 교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비실명 참여와 조직적 민원 제기 방식은 공정 거래를 저해하고 중개사의 정상적인 영업 활동을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경기도는 하남·성남·용인 외에도 유사 사례가 더 있는지 전수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활용한 담합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지 확인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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