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은 다르다”… 25% 관세 vs 486조 투자, 美 죽음의 ‘이지선다’

한미 무역협상 후속 논의에서 비자 문제
미국에 한국과 일본의 상황 차이 적극 설명
자동차 관세 인하, 비자 문제 해결 요청

“일본과 한국은 다르다는 부분을 최대한 설명했습니다.” 2025년 9월 19일 새벽, 한미 무역협상 후속 협의를 마치고 귀국한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의 목소리에는 복잡함이 묻어났다.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가로 3,500억 달러(약 486조 원)의 대미 투자를 약속한 지 두 달. 축배를 들기엔 너무 일렀다. 미국이 투자 방식과 수익 배분을 두고 일본 모델이라는 덫을 놓으면서, 협상은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 / 사진=연합뉴스

일본 모델의 실체는 가혹하다. 앞서 미국과 협상을 타결한 일본은 5,500억 달러 투자와 함께, 투자 원금 회수 후 발생하는 이익의 90%를 미국에 넘기는 조건의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사실상 일본 자본으로 미국 경제의 배를 불리는 이 방식을, 미국은 이제 한국에도 똑같이 요구하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협정을 수용하거나, 관세를 내거나”라며 공개적으로 한국을 압박했다. 일본산 자동차에는 이미 15%의 인하된 관세가 적용되는 반면, 한국산 자동차에는 여전히 25%의 관세가 부과되는 현실은 이 압박의 무게를 더한다.

일본 요코하마항에 주차된 자동차들
일본 요코하마항에 주차된 자동차들 / 사진=연합뉴스

이에 맞선 우리 협상단의 논리는 “우리는 일본과 다르다”는 것이다. 여한구 본부장이 언급한 객관적 자료란 경제 규모 대비 투자 부담의 차이를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의 투자 약속액(5,500억 달러)은 GDP의 약 13% 수준이지만, 한국이 요구받은 투자액(3,500억 달러)은 GDP의 20%를 훌쩍 넘는다.

국가 경제에 가해지는 부담의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다. 또한, 현금 직접 투자 대신 보증이나 대출 방식을 활용해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것이 우리 측 입장이지만, 미국은 유연성은 없다며 요지부동이다.

구금시설을 나서는 현대차-LG엔솔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 직원
구금시설을 나서는 현대차-LG엔솔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 직원 / 사진=연합뉴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현장에서 우리 근로자들이 대거 구금되는 사태까지 발생하며 비자 문제가 새로운 뇌관으로 떠올랐다.

단기 비자를 이용한 편법적 인력 운용이 원인이었지만, 이는 한국의 대미 투자 이행에 필수적인 인력 이동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드러냈다.

여한구 본부장이 이번 방미에서 비자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무역 협상과 비자 문제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우리 정부가 풀어야 할 방정식은 더욱 어려워졌다.

한국 자동차 관세 문제
한국 자동차 관세 문제 / 사진=현대차그룹

결국 한국 통상외교는 중대한 딜레마에 직면했다. 미국의 일본 모델 요구를 수용하자니 국익 훼손이 불 보듯 뻔하고, 거부하자니 25%의 관세 폭탄과 대미 투자 이행 차질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감수해야 한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에 이어 여한구 본부장까지 연쇄 방미에 나선 것은 이 교착 상태를 뚫기 위한 절박한 시도였다. 과연 한국은 일본 모델이라는 덫을 피해 국익과 실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까.

아니면 결국 미국의 압박에 밀려 또 하나의 선례를 남기게 될까. 협상 테이블 뒤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수 싸움의 결과에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가 걸려 있다.

전체 댓글 1

  1. 미국이 망하기 일보 직전인거 같아요. 자존심도 버리고 동맹국을 상대로 말은 협상이라 하면서 강도나 다름없는 짓거리를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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