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로 줘도 싫다고?”… 8조 날린 한화오션, 폴란드와 ‘완전 결별’

김민규 기자

발행

폴란드 장보고함 무상 공여 협상 최종 불발
오르카 프로젝트 탈락이 영향 끼쳐
향후 제3국 공여 또는 박물관 활용 검토

대한민국 국방부가 퇴역 잠수함 장보고함(SS-Ⅰ)을 폴란드에 무상으로 공여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폴란드가 2026년 2월 초 주한폴란드대사관을 통해 국방부에 거절 의사를 공식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민국 최초의 잠수함 장보고함
대한민국 최초의 잠수함 장보고함 /사진=해군

한화오션이 폴란드 오르카 프로젝트 수주에 실패한 데 이어, 공여 협상까지 불발되면서 한국의 대폴란드 잠수함 협력은 무산됐다. 정부는 현재 페루 등 제3국 공여 또는 박물관 활용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장보고함은 1992년 10월 독일 HDW조선소에서 인수해 1993년 취역한 1,200t급 잠수함으로, 대한민국 해군의 첫 번째 잠수함이다. 34년간 약 63만 3,000㎞를 항해하며 임무를 수행했으며, 2025년 11월 19일 마지막 항해를 마치고 같은 해 12월 31일 공식 퇴역했다.

한국, 조건 이원화해 공여 제안

작년 12월 퇴역한 장보고함
작년 12월 퇴역한 장보고함 /사진=해군

한국 측의 공여 제안은 오르카 파트너 선정 여부에 따라 조건을 달리하는 이원화 구조였다. 한국 기업이 오르카 파트너로 선정될 경우 장보고함 무상 공여에 더해 정비비 전액을 한국이 부담하는 조건이었고, 탈락할 경우에는 무상 공여는 유지하되 정비비 약 800억 원을 폴란드가 자체 부담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폴란드는 두 조건 모두 거절했다. 스웨덴 사브의 A26 블레킹에급 신형 잠수함과 독일 209형 기반의 장보고함을 병행 운용할 경우 정비 인력 이중화와 운용 효율성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거절의 핵심 이유였다.

오르카 프로젝트, 스웨덴 사브 선정

스웨덴 사브의 A23 블레킹에급 잠수함
스웨덴 사브의 A23 블레킹에급 잠수함 /사진=사브

폴란드 국방부는 2025년 11월 26일 오르카 프로젝트 최종 사업자로 스웨덴 사브를 선정했다. 오르카 프로젝트는 발트해 방위력 강화를 위한 3,000t급 신형 잠수함 3척 도입 사업으로, 건조비 기준 약 3조 8,000억 원, 유지·보수(MRO)를 포함하면 최대 8조 원 규모다.

한화오션을 포함해 독일 TKMS, 이탈리아 핀칸티에리, 스페인 나반티아, 프랑스 나발그룹 등 6개사가 경쟁했다. 사브가 선정된 핵심 이유는 절충교역(offset) 조건이었다.

사브는 폴란드 조선소 투자와 폴란드산 무기 구매를 약속하며 현지 산업 기여도에서 경쟁사를 앞섰고, A26 블레킹에급의 수심이 얕고 염도가 낮은 발트해 특화 설계와 독자적인 Ghost 저탐지 기술도 선정에 작용했다. 폴란드는 2026년 2분기까지 사브와 최종 계약을 체결할 목표다.

한화오션 캐나다·중동으로 전환

마지막 항해를 떠나는 장보고함
마지막 항해를 떠나는 장보고함 /사진=해군

오르카 탈락 이후 한화오션은 캐나다와 중동 잠수함 사업 수주로 전략을 전환했다. 한편 HD현대중공업은 2025년 12월 19일 페루 해군·시마(SIMA)조선소와 차세대 잠수함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으며, 2026년 1월부터 약 11개월간 설계를 진행할 예정이다.

페루와는 2024년 4월 수상함 3종 4척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잠수함 협력까지 확장된 것이다. 폴란드가 K2전차·K9자주포·FA-50 등 한국 방산의 주요 고객국이었던 만큼 이번 오르카 수주 실패는 아쉬움이 크지만, 페루를 중심으로 중남미 방산 협력의 새로운 거점을 형성하는 방향으로 전략이 재편되고 있다.

이번 장보고함 공여 불발은 퇴역 군함의 활용 전략이 단순한 외교적 제스처를 넘어 방산 수출과 연동돼야 실효를 거둘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장보고함의 향후 처리 방안과 한화오션의 캐나다·중동 수주 성과가 한국 잠수함 수출 전략의 새로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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