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실질가치 최저, 외환위기 근접
1998년 외환위기 직후와 0.42포인트 차이
한국 매력도, 확장 재정이 원화 가치 하락 원인
국제결제은행에 따르면 11월 말 한국의 실질실효환율 지수는 87.05(2020년=100)로 한 달 전보다 2.02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4월 말 85.47 이후 최저 수준이며,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1월 86.63에 거의 근접한 수치다.

실질실효환율은 세계 60개 교역상대국과 비교해 원화가 어느 정도 구매력을 갖췄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100보다 낮다는 것은 원화 가치가 저평가됐다는 의미다. 지난달 한국 실질실효환율 순위는 64개국 가운데 63위로 일본 69.4 다음으로 낮았다.
원달러 평균 환율은 10월 1,426원에서 11월 1,460원 54전으로 뛰었으며, 12월 들어 18일까지 평균 환율은 1,471원 41전을 기록했다. 이달에도 실질실효환율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밀가루, 휘발유 등 생활 필수품 가격 상승

실질실효환율이 내려가자 밀가루, 휘발유 등 필수 수입품 물가는 빠르게 오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1월 수입물가지수 상승률은 2.6%로, 지난해 4월 3.8%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7월부터 5개월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생활물가는 3% 가까이 올랐다. 이는 1년 3개월 만에 최고치다.
조 교수는 통상적으로 환율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10분의 1이 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원유나 곡물을 비롯한 수입물가가 상승하면 장바구니 물가를 상승시켜 국민 부담을 체감케 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자재 수입 기업 수익성 악화

원자재를 수입하는 식품, 철강, 석유화학 업체의 수익성도 빠른 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원화 가치가 떨어질수록 기업은 달러를 더 비싸게 주고 원자재를 사 와야 하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실질실효환율이 10% 내려갈 경우 대기업 영업이익률은 오히려 0.29%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추산됐다.
실질실효환율이 떨어지면 수출 대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더는 통용되지 않고 있다. 해외에서 원재료를 들여와 재가공해 수출하는 방식이 국내 제조 기업 사이에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비싼 달러를 주고 원자재와 중간재 등을 사와야 하는 구조다. 조 교수는 법인세율 인상은 최악의 수라고 지적하면서, 최근 법인세수 감소는 낮은 세율 때문이 아니라 대외경제 여건 악화로 인한 기업 실적 부진이 주된 원인이라고 밝혔다.
원화 가치 하락 부채질

조 교수는 한미 간 금리차도 환율에서 중요한 변수라고 지적했다. 한국 금리가 낮아서 원화 가치가 유지되기가 힘든데, 정부는 확장재정 기조를 유지하면서 물가를 상승시키고 재정건전성을 악화시켜 현세대가 미래세대를 착취하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집값을 안정시키려면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정부는 소비위축을 두려워해 금리를 올리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한국은행이 환율과 집값 문제로 금리를 내리지 못하면서 국채 금리는 오르는 반면, 사내 유보금이 적은 중소기업은 고스란히 그 피해를 보고 있다. 확장재정 기조는 현세대가 미래세대를 착취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환율 방어 실패 시 제2의 외환위기

조 교수는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국면에서 국가가 주도해 특정 주가지수를 목표치로 삼는 것은 젊은이들의 영끌과 빚투를 유발해 일본의 버블 경제 국면으로 향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생산, 소비, 투자가 일제히 줄고 올해 성장률이 0%대로 예견되는 등 경제 전반에 위기의 그늘이 짙어지는데도 주식과 부동산 가격은 외려 치솟으며 괴리감을 보이고 있다.
실물 경제와 자산 시장이 악어의 입처럼 갈수록 벌어지면서 일본식 버블 경제로 들어설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가 활력을 잃으면 장기침체 국면에 빠져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전철을 밟을 거란 우려가 나오는 것도 부자연스러운 상황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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