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2차·소주도 다 옛말”…취하는 게 싫어요, 2030이 술집을 안 가는 ‘이유’

서태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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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세대의 음주 감소로 주점·호프집 폐업이 늘고 있다.
저도주·무알코올로 방향 전환에 나서며 변화에 대응한다.

지난해 연말 한 주점이 소주 한 병을 10원에 판매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파격적인 가격 할인에도 불구하고 주점가는 여전히 한산했다. 2030세대가 술을 마시지 않는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주점·호프집 폐업이 잇따르고 있다.

2030세대, 술 안 마신다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NH농협은행에 따르면 2025년 20대의 주점 소비는 전년 대비 20.9% 감소했으며, 주류 구매액도 7.9% 줄었다. 30대 역시 주점 소비가 15.5%, 주류 구매가 4.5% 각각 감소했다. 특히 간이주점과 호프집이 지난해 폐업 업종 1, 2위를 차지하며 음주 상권 위축이 가시화되고 있다.

술값이 매몰 비용, 운동·자기계발 투자 선호

러닝크루
러닝크루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KOBACO(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조사에 따르면 20대의 49.1%가 1년 전보다 음주 빈도가 줄었다고 응답했다. 음주 감소 이유 1순위는 체중·혈당 관리(44.3%)였다.

이는 건강지능(HQ)과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문화가 확산되면서 술도 관리 대상 소비로 인식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고물가로 소비 여력이 위축된 상황에서 술값과 안주값을 매몰 비용으로 여기고, 대신 헬스장 등록이나 취미 활동에 투자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한편 집에서 홈 파티를 즐기거나 OTT를 보며 배달 음식과 함께 적당히 음주하는 문화도 자리 잡으면서 오프라인 주점 방문이 줄어들었다.

SNS 인증 문화 변화 ‘술자리보다 오운완’

술자리보다 운동
술자리보다 운동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SNS 인증 문화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 술자리 인증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 러닝, 웨이트 인증이 늘어났다. 관리된 생활을 선호하는 흐름이 반영된 결과다.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20대의 하루 평균 알코올 섭취량은 64.8g으로, 60대(66.8g)보다 적었다.

과거 가장 많이 마시던 20대가 이제는 60대보다 적게 섭취하는 역전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2020년부터 5년간 2030세대의 음주율은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부어라 마셔라 식의 음주 문화는 빠르게 쇠퇴하는 모습이다.

주류 업계, 저도주·무알코올로 방향 전환

무알코올 제품
무알코올 제품 / 사진=세븐일레븐

주류 업계는 위기감 속에 저도주와 무알코올 제품 개발에 나섰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과일소주 수출액이 1억 달러를 돌파하며 일반소주를 추월했다. 알코올 도수 8~9도의 저도주가 인기를 끌면서 수출 시장에서도 성과를 거둔 것이다.

아영FBC는 무알코올 맥주 ‘디아블로 비라이트’를 출시했고, 칼스버그는 알코올 0.0% 제품으로 시장 공략에 나섰다. 125mL 기준 70kcal로 낮춰 건강과 컨디션을 중시하는 소비자를 겨냥한 전략이다.

주류 기업들은 푸드테크, 이너뷰티 화장품 등 비알코올 분야로도 사업을 확장하며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음주 문화 재편, 건강 중심 소비로 전환

대학생
대학생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30세대의 음주 문화 변화는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전환으로 평가된다. 술을 습관이 아닌 선택으로 인식하는 소버 큐리어스 트렌드가 자리 잡으면서, 주류 시장은 물론 외식·유흥 업종 전반이 재편되고 있다.

건강 관리와 자기계발을 우선시하는 가치관이 확산되면서 술값 대신 운동이나 취미에 투자하는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주류 업계가 저도주·무알코올 시장으로 얼마나 빠르게 전환하느냐가 향후 생존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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