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도인출 3조 원 돌파, 역대 최대
주택 구입 목적 인출이 절반 이상 차지
실적추구형 상품·IRP 쏠림 현상도
고금리·DSR 등 대출 규제가 지속되면서, 퇴직연금을 노후 대비용이 아닌 주택 자금으로 당겨 쓰는 사례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퇴직연금을 중도 인출한 사람은 6만 7,000명으로, 전년보다 4.3% 늘었다.

중도 인출액도 3조원에 달하며 12.1% 증가했다. 특히 주택 구입을 위해 연금을 인출한 사람만 3만 8,000명으로, 전체 중 절반 이상(56.5%)을 차지했다.
통계가 작성된 2015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같은 기간 주택 구입 목적 인출 금액은 1조 8,000억 원에 달했다. 주거임차와 회생절차를 포함하면 주거 관련 인출 비중은 80%를 넘는다.

연령별로 보면 퇴직연금을 가장 많이 인출한 계층은 30대였다. 전체 인출자 중 42.8%인 2만 8,000여 명이 30대로, 집을 사기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연금을 사용했다.
40대는 2만 2,500여 명, 50대는 약 1만 명, 29세 이하는 4,000여 명 수준이었다. 20대 이하는 주로 전세자금 마련 목적이었고, 30대 이상에서는 주택 구입이 주된 사유였다.
국가데이터처는 “주택담보대출은 늘었지만, 신용대출이 줄면서 자금 부족을 퇴직연금으로 메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대출로는 한계가 생기자 노후자금까지 끌어와 내 집 마련에 나선 셈이다.

퇴직연금은 중도인출이 늘었음에도 전체 적립금 규모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총 적립금은 431조 원으로 전년보다 49조 원(12.9%) 증가했다.
제도 유형별로는 확정급여형(DB)이 214조 원으로 전체의 49.7%를 차지했지만, 전년보다 4%p 줄어들며 처음으로 50% 아래로 내려왔다.
반면 개인형퇴직연금(IRP)은 세액공제 확대 등의 영향으로 99조 원, 구성비는 23.1%로 3.1%p 늘었다. IRP 가입자는 359만 명으로 전년 대비 11.7% 증가했고, 적립금도 30% 이상 증가해 100조 원에 육박했다.

운용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전체 퇴직연금의 74.6%는 예·적금, 국채 등 원리금 보장형에 투자되고 있지만, 실적배당형 비중은 17.5%로 전년보다 4.7%p 늘었다.
실적배당형은 펀드나 주식 등 직접투자 중심의 상품으로, 수익률이 더 높은 반면 원금 보장은 없다. 최근 5년간 수익률은 실적배당형이 4.77%, 원리금 보장형이 2.49%로 거의 두 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이에 따라 수익률에 민감한 투자 성향을 가진 가입자들이 실적배당형으로 옮겨가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안정성보다 수익성 추구가 강화된 셈이다.

퇴직연금 제도 도입률과 가입률도 완만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2023년 말 기준,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한 사업장은 44만 2,000개소로 전년 대비 1.3% 증가했다. 전체 대상 사업장 대비 도입률은 26.5%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퇴직연금 가입자는 735만 4,000명으로, 전체 가입 대상자의 53.3%에 해당한다. 은행이 관리하는 적립금이 224조 원으로 가장 많았고, 증권사 104조 원, 생명보험사 82조 원 순이었다.
제도 확대와 함께 IRP와 실적형 상품 선호가 동시에 늘어나며 퇴직연금은 점점 ‘노후 대비’를 넘어 ‘생활 자산’으로 성격이 확장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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