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여기로 이사 갈까?”… 결혼하면 500만 원, 숨만 쉬어도 매달 30만 원 지급

by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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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정선군, 인구 소멸 막으려 돈 풀었다
결혼장려금에 농어촌 기본소득까지 지급
신혼부부 정착 시 2년간 최대 1,220만 원

“결혼하고 3년만 살면 500만 원, 여기에 매달 월급처럼 꽂히는 기본소득까지?” 강원도 정선군이 인구 절벽 끝에서 ‘현금 살포’라는 초강수를 뒀다. 단순히 “와서 살아달라”는 호소가 아니다.

정선군 결혼장려금 지급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결혼 축하금으로 목돈을 쥐여주고, 매달 생활비까지 보태주는 파격적인 ‘정착 패키지’를 내년부터 가동한다. 이 정도면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한 지자체의 눈물겨운 사투가 아니라, 예비 부부들을 향한 달콤한 유혹이다.

“결혼 축하해, 500만 원 줄게”… 단, 조건은 있다

정선군청 전경
정선군청 전경 /사진=정선군

내년부터 정선군에서 혼인신고를 하는 45세 이하 신혼부부는 총 500만 원의 결혼장려금을 받게 된다. 단번에 주는 것은 아니다. 이른바 ‘밀당(밀고 당기기)’ 전략이다.

혼인신고 즉시 200만 원을 쏘고, 1년 뒤에도 잘 살고 있으면 200만 원, 2년 뒤에 100만 원을 마저 주는 ‘3년 분할 지급’ 방식이다. 먹튀(혜택만 받고 떠나는 행위)를 방지하고 최소 3년은 정선군민으로 살아달라는 간절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물론 아무나 주는 것은 아니다. 부부 중 적어도 한 명은 결혼 1년 전부터 정선에 주민등록을 두고 살고 있었어야 한다.

즉, 외지인이 혜택을 보려면 지금 당장 이사해서 1년을 버티거나, 정선 토박이를 배우자로 맞이해야 한다는 뜻이다. 재혼도 가능하지만, 같은 배우자와의 재결합이나 중복 수령은 불가능하다.

숨만 쉬어도 ‘월 15만 원’… 4인 가족 月 60만 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결혼장려금이 에피타이저라면, 메인 요리는 ‘농어촌 기본소득’이다. 정선군은 정부 시범사업 지역으로 선정돼, 내년부터 2년간 주민 한 사람당 매달 15만 원을 지급한다. 소득이 많든 적든, 나이가 많든 적든 상관없다. 정선군민이라면 누구나 받는다.

이게 얼마나 큰 혜택일까?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답이 나온다. 만약 정선 주민과 결혼해 신혼살림을 차린다면, 부부 두 사람이 매달 받는 기본소득만 30만 원이다. 2년이면 720만 원이다.

여기에 결혼장려금 500만 원을 더하면, 2년 동안 총 1,220만 원 상당의 혜택을 누리게 된다. 4인 가족이라면 매달 60만 원, 2년간 1,440만 원의 고정 수입이 생기는 셈이다.

“세금 돌려막기 아냐?” 우려에 군수 “걱정 마라”

정선군의 카드형 지역화폐 '와와페이'
정선군의 카드형 지역화폐 ‘와와페이’ /사진=정선군

지급되는 돈은 모두 지역화폐인 ‘와와페이’로 꽂힌다. 받은 돈을 정선 내에서 쓰게 만들어, 지역 상권까지 살리겠다는 ‘일석이조’ 전략이다. 일각에서는 “다른 복지 예산 깎아서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지만, 최승준 정선군수는 “기존 복지 예산 삭감은 절대 없다”며 선을 그었다.

4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별도로 확보해, 인구 유입과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확실히 잡겠다는 의지다. 김덕기 가족행복과장은 “돈 때문에 결혼과 미래를 포기하는 청년들이 없도록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과연 정선군의 과감한 베팅은 떠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돌리고, 새로운 청춘들을 불러 모을 수 있을까? 분명한 건, 지금 정선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시골 마을 중 하나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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