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고기 원 없이 먹겠네”… 나랏돈 투입되자 가격 ‘이렇게’ 바뀌었다

by 서태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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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앞두고 축산물 할인 지원 대책 가동
돼지고기 최대 30%·계란 판당 1천 원 지원
업계 반발 속, 물가 안정과 생산자 보호 충돌

농림축산식품부가 9일 설 명절을 앞두고 축산물 할인 지원 사업을 본격 가동한다고 밝혔다. 8일부터 이달 중 집중 시행되는 이번 대책은 돼지고기 삼겹살·목살을 최대 30% 할인하고, 계란은 특란 30구 기준 판당 1,000원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삼겹살
삼겹살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국 9개 대형마트와 1,000여 개 슈퍼마켓이 참여하며, 한돈자조금과 계란자조금을 활용해 소비자 장바구니 부담을 낮추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이마트는 제주를 제외한 130개 점포에서 15일과 22일 돼지고기를 100g당 2,380원에, 홈플러스는 15일부터 18일과 22일 100g당 2,190원에 판매한다. 특히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추가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미국산 신선란 224만 개를 이달 중 시범 수입하는 등 선제적 수급 관리에 나섰다.

계란 수급 안정적이나 AI 대비 수입

대형마트에 진열된 계란의 모습
대형마트에 진열된 계란의 모습 / 사진=연합뉴스

농식품부는 현재 계란 수급이 안정적이지만,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에 따른 공급 불안 가능성에 대비해 선제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계란 지원은 특란 30구를 6,100원 이하에 납품하는 농협유통·하나로유통 상품을 대상으로 판당 1,000원을 지원해 소비자 가격 인하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산란계 사육 마릿수가 늘고 있고 생산량도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겨울철 생산성 저하와 AI 추가 확산에 따른 수급 공백을 메우기 위해 미국산 신선란 224만 개를 시범 수입한다.

이는 2024년 1월 이후 2년 만이다. 한편 농식품부는 닭고기 성수기인 2월과 5월부터 8월까지를 대비해 육용종란 712만 개도 들여올 계획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이날 올해 첫 민생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축산물 할인 지원과 신선란 수입 추진을 공식화했다.

산란계 업계 “방역 실패 전제, 의지 꺾는다” 반발

조류인플루엔자 방역
조류인플루엔자 방역 / 사진=연합뉴스

농식품부의 신선란 수입 방침에 대해 대한산란계협회는 즉각 반발했다. 협회는 “농가들이 차단방역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는데, 방역 실패를 전제로 수입을 추진하는 것은 생산자들의 의지를 꺾고 산업 기반을 스스로 약화시키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특히 “그때그때 수입으로 대응하는 방식은 가격 급등락을 키우고 중장기적으로 공급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생산안정과 물가안정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수급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두영 농식품부 축산정책관은 “수급이 안정적이지만 겨울철 생산성 저하와 AI 확산 가능성에 대비한 선제 조치”라며 “시범 수입은 단기 수급 공백을 메우기 위한 것으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쌀 값 6만 원대로 고공행진

쌀 가게서 쌀을 정리하는 업주의 모습
쌀 가게서 쌀을 정리하는 업주의 모습 / 사진=연합뉴스

한편 쌀 소매가격은 7일 기준 20kg당 6만 2,849원으로 집계되며 지난해 말 6만 6,000원 초과에서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6만 원대에서 심리적 저항선을 웃돌고 있다. 농가들은 적극적인 가격 안정 대책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생산자 보호를 의식할 수밖에 없어 소비자 물가와 농가 소득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딜레마에 직면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축산물 물가가 전년 대비 5.1% 상승하는 등 쌀·축산물·채소가 동시다발적으로 물가를 압박하면서 관리 난도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환율 상승에 따른 사료·비료·에너지 원가 부담 증가와 이상기후 반복으로 인한 생산량 변동성 상시화가 맞물리며, 정부의 정책 선택지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유통단계 비용 상승으로 산지 가격 하락이 소비자가에 전달되지 않는 괴리 현상도 구조적 문제로 굳어지고 있다.

물가 안정 총력에 2월에도 지속

대형마트에 진열된 돼지고기
대형마트에 진열된 돼지고기 / 사진=연합뉴스

농식품부는 2월에도 한우·한돈 할인행사를 지속해 명절 이후에도 소비자 부담 완화에 나설 방침이다. 구윤철 부총리는 “범정부적 역량을 결집해 농축산물 물가를 구조적으로 안정시키고, 탄탄한 민생과 내수 활력에 온기를 불어넣는 데 밑거름이 되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비축 물량 방출과 할당관세 등 다양한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음에도 체감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생활 밀착 품목인 쌀·축산물·계란이 환율·기후·질병 리스크에 동시에 노출되면서 정책 여지가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단기 할인 지원도 필요하지만, 생산 안정화와 유통 구조 개선 등 중장기 대책이 병행되지 않으면 가격 급등락 문제는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당분간 정부는 설 명절 수급 점검과 할인 지원을 강화하면서, 농가 소득 보호와 소비자 물가 안정이라는 이중고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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