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 당첨이면 뭐 하나”… 로또 1등 세금 떼고 14억, 서울 아파트 한 채도 힘들어

서태웅 기자

발행

로또 1등 당첨금 역대 최저 수준
참여자·당첨자 수 증가로 배분액 감소
서울 아파트 한 채 구매도 어려운 수준

동행복권에 따르면 지난해 로또복권 판매액은 6조 2,001억 원으로 처음 6조 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4.6% 증가한 수치다. 반면 1등 평균 당첨금은 20억 6,000만 원으로 2002년 판매 개시 이후 역대 최소 수준을 나타냈다.

로또 판매점 입구
로또 판매점 입구 / 사진=연합뉴스

판매액은 사상 최대인데 당첨금은 최소라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는 참여자가 늘면서 당첨자 수도 함께 증가해 1인당 배분액이 줄어드는 구조적 메커니즘 때문으로 분석된다. 로또로 인생 역전을 꿈꾸기 어려워진 현실이 수치로 드러났다.

2003년 61억 원에서 지난해 20억 원으로

로또 1등 당첨금 변화
로또 1등 당첨금 변화 / 사진=토픽트리

1등 평균 당첨금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2003년에는 61억 7,000만 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지난해에는 20억 6,000만 원으로 떨어지며 3분의 1 수준이 됐다.

2022년 25억 5,000만 원, 2023년 23억 7,000만 원, 2024년 21억 원으로 꾸준히 감소한 추세다. 당첨금이 줄어든 것은 참여자 증가로 당첨자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1등 당첨자는 812명으로 전년 763명보다 49명 늘었으며, 누적 1등 당첨자는 1만 153명으로 처음 1만 명을 돌파했다.

판매액이 늘면 당첨 확률은 높아지지만 당첨자가 분산되면서 개인이 받는 금액은 줄어드는 구조다. 2024년 7월 13일 1128회 추첨에서는 63명이 1등에 당첨돼 1인당 4억 2,000만 원씩 나눠 가졌다.

세후 14억 원, 서울 아파트 한 채 구매도 힘들어

로또 세후 금액, 아파트 구매도 불가능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당첨금 감소는 현실 구매력 저하로 이어진다. 20억 원에 당첨되더라도 세금을 제외한 실수령액은 약 14억 원에 그친다. 반면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약 15억 810만 원으로 실수령액만으로는 서울에서 평균 아파트 한 채를 사기 어렵다.

강남권 전용면적 84㎡ 아파트는 약 35억 원 수준이어서 더욱 불가능하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만 19-64세 5,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5.3%는 현재 당첨금에 만족한다고 답했으나 32.7%는 불만족을 표시했다.

불만족 응답자가 희망하는 적정 당첨금은 평균 52억 2,000만 원으로 조사됐다. 2003년 4월 12일 19회 추첨에서 나온 역대 최대 당첨금 407억 2,000만 원과 비교하면 현재는 약 2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판매액 회복에도 당첨금은 역행

로또 복권 추첨
로또 복권 추첨 / 사진=동행복권

로또는 2002년 12월 판매를 시작한 뒤 2003년 407억 원대 당첨금이 나오면서 사회적 광풍을 일으켰다. 당시 판매액은 3조 8,031억 원까지 급증했으나 한탕주의 논란이 불거지자 정부는 2003년 이월 횟수를 3회에서 2회로, 2004년 게임당 가격을 2,000원에서 1,000원으로 낮췄다.

이후 판매액은 2조 원대로 주저앉았고 2007년 2조 2,646억 원으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판매액은 점진적으로 회복돼 지난해 6조 원을 돌파했다.

누적 총판매액은 85조 9,456억 원, 누적 당첨금 총액은 20조 4,715억 원에 달한다. 한편 당첨 방식별로는 자동 선택이 65.9%(5,777건), 수동이 31.3%(2,748건), 반자동이 2.8%(243건)를 차지해 자동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액 증가 지속, 당첨금 구매력 회복은 요원

로또 복권 용지
로또 복권 용지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로또 판매액이 역대 최대를 경신하며 참여자는 계속 늘고 있지만, 1인당 당첨금 규모는 오히려 축소되는 구조적 문제가 고착화되고 있다. 서울 집값 상승과 맞물려 로또 당첨으로 인생 역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 더욱 분명해졌다.

제도 변경 이후 20년 넘게 이어진 판매액 증가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당첨금 규모도 현재 수준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미수령 당첨금은 복권기금으로 귀속돼 저소득층 주거안정지원, 장학사업, 문화재보호 사업 등에 활용되며, 당첨금 지급기한은 지급개시일로부터 1년이다. 로또 구매 시 과도한 기대보다는 소액 여가활동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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