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만 밤새 장사하던 구조”… 대형마트도 결국 ‘새벽’ 문 열고 손님 맞는다

서태웅 기자

발행

대형마트의 새벽 영업과 배송을 허용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되며 이커머스·골목상권·노동계 간 갈등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통해 대형마트의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을 허용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는 해당 시간대에 온라인 주문 포장과 배송이 가능해지며, 새벽배송 시장 진입이 열리게 됐다.

대형마트 진열대 / 사진=연합뉴스
대형마트 진열대 / 사진=연합뉴스 / 사진=연합뉴스

14년간 유지돼 온 규제가 풀리면서 이커머스와의 경쟁 환경이 달라질 전망이다. 다만 소상공인 생존권과 노동자 건강권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온오프라인 규제 불균형 해소 명분

쿠팡
쿠팡 / 사진=연합뉴스

대형마트 측은 쿠팡 등 이커머스 업체가 24시간 무제한 영업하는 상황에서 오프라인만 시간 제약을 받는 것은 역차별이라고 주장해 왔다.

실제로 지난 5년간 대형마트 점유율은 2017년 20%에서 올해 9.8%로 10.2%p 하락했으며, 연평균 성장률은 1%에 그쳤다. 반면 쿠팡은 가입자 3,000만 명을 넘어서며 지난해 매출 41조 원을 기록해 대형마트 전체 합계를 초과했다.

규제 완화가 이뤄지면 전국 점포를 물류센터로 전환해 배송 거리를 단축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정부는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과 소비자 선택권 확대를 개정 이유로 들고 있다.

소상공인·노동계 반발 거세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추진 규탄 기자회견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추진 규탄 기자회견 / 사진=연합뉴스

전국 1,380개 전통시장과 동네 슈퍼를 대표하는 전국상인연합회와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는 골목상권이 고사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쿠팡을 견제하려다 오히려 영세 상인이 타격을 입는 역효과를 우려했다. 한편 민주노총 마트산업노조는 새벽배송 확대 시 마트 노동자의 밤샘 노동이 불가피하다며 건강권 침해를 지적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대중소기업 상생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상생협력기금 2,663억 원 조성을 검토 중이나, 소상공인 단체들은 이것만으로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헌법소원 청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대형마트 혁신 부족 비판도 제기

대형마트 진열대
대형마트 진열대 / 사진=연합뉴스

업계 일각에서는 대형마트가 규제를 핑계로 자체 혁신 노력을 게을리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1인 가구 비중이 35%에 달하는 상황에서 편의점은 근거리 소량 판매로 성장했고, 해외에서는 트레이더조와 알디가 PB 제품 중심 전략으로, 돈키호테와 다이소가 독특한 쇼핑 경험 제공으로 성공을 거뒀다.

중앙대 오세희 교수는 대형마트가 막강한 자본력에도 불구하고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 개발에 소극적이었다고 지적했다. 맥킨지 보고서 역시 국내 오프라인 유통이 고객 경험 혁신에서 뒤처졌다고 분석한 바 있다.

상생방안 마련이 관건

고위당정협의회
고위당정협의회 / 사진=연합뉴스

이번 규제 완화가 유통 시장의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할지, 아니면 또 다른 불균형을 낳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영업 시간 허용을 넘어 골목상권 보호와 노동자 권익을 함께 고려한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법안 통과 이후 의무휴업일 폐지나 유통망 공유 의무화 등 추가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형마트와 소상공인, 노동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가 핵심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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