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돈은 이제 휴지 조각?”… 일본보다 심각해, 뒤에서 5등 한 ‘원화 가치’

by 서태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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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S 기준 원화 명목 실효 환율 최하위권
실질 실효 환율 64개국 중 63위
고환율에 따른 수입 물가·석유류 가격 상승

원·달러 환율이 최근 다시 급등하면서 원화 가치가 글로벌 주요국 통화 가운데 최하위권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결제은행(BIS)이 발표한 12일 기준 명목 실효 환율은 86.56을 기록하며 조사 대상 64개국 중 하위 5위를 차지했다.

원화 가치 64개국 중 5위 최하위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명목 실효 환율은 주요 교역국 통화 대비 자국 통화 가치를 가중 평균한 지표로, 2020년을 100으로 놓고 산출한다.

지난해 말 외환 당국의 시장 개입으로 환율이 30원가량 급락하며 잠시 안정세를 보였으나, 올해 들어 다시 1,470원대에 근접하는 등 불안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실질 실효 환율까지 고려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한 것으로 분석된다.

아르헨티나·튀르키예 다음으로 낮은 가치

명목 실효 환율 지수
명목 실효 환율 지수 / 사진=토픽트리

명목 실효 환율 기준으로 원화보다 낮은 통화는 아르헨티나(4.89), 튀르키예(16.27), 일본(70.14), 인도(86.01) 등 4개국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 64개국 중 5번째로 낮은 통화 가치를 기록하게 됐다.

6일 기준 명목 실효 환율 86.56은 금융위기 직후인 2011년 10월 14일의 최저치 84.7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편 지난해 12월 23일 84.8을 기록한 뒤 외환 당국이 환시 안정화 대책을 발표하자 다음 날 환율이 급락하면서 86.6까지 회복했으나, 최근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명목 환율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원화의 대외 교환 가치가 떨어졌음을 의미한다.

실질 환율은 일본 다음 63위로 더 낮아

서울의 한 대형마트
서울의 한 대형마트 / 사진=연합뉴스

물가 수준까지 반영한 실질 실효 환율로 보면 원화 가치는 더욱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실질 실효 환율은 87.05로 집계됐으며, 이는 64개국 중 63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실질 실효 환율 최하위는 일본(69.4)이 차지했다. 실질 실효 환율 87.05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4월 말의 85.47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원화의 실질 구매력이 그만큼 약해졌다는 의미다.

게다가 명목 환율은 5위였지만 실질 환율은 63위로 순위가 대폭 낮아진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한국의 물가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아 실질 가치 하락이 더 크게 나타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고환율에 석유류 6.1% 급등

달러
달러 / 사진=연합뉴스

원화 가치 하락은 수입 물가 상승으로 직결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수입 물가 지수 상승률은 2.6%를 기록했으며, 특히 지난해 12월 석유류 가격은 전월 대비 6.1% 급등했다. 이는 2024년 4월 3.8%를 정점으로 다소 안정세를 보이던 수입 물가가 다시 오름세로 돌아선 것이다.

반면 고환율이 수출 기업에 유리하다는 통념과 달리 실제로는 대기업도 타격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원재료와 중간재 수입 비용이 증가하면서 대기업 영업이익률이 0.29%포인트 하락했다.

한편 중소기업중앙회가 635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0.7%가 고환율로 피해를 입었다고 응답했으며, 이 중 13.9%는 심각한 피해를 호소했다.

외환 당국 “대미 투자 기계적 집행 안 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 사진=연합뉴스

외환 당국은 지난해 12월 24일 환시 안정화 대책을 발표하며 대미 투자 200억 달러를 기계적으로 집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환율이 일시적으로 1,480원에서 1,400원 초반으로 하락했으나, 새해 들어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 시장 개입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근본적인 경제 펀더멘털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외환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금융시장 신뢰 회복과 경제 성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은행(IB) 관계자들 역시 “정부가 금고지기 역할에만 머물러서는 환율 안정을 이끌어내기 어렵다”며 구조적 대응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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