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한국은 똑똑해”… 푸틴 특사까지 반긴 러시아산 원유 카드에 ‘환영’

호르무즈 봉쇄로 한국 원유 수급 위기
러시아산 원유 수입 재개 검토 및 대체 공급선
4월 11일 제재 완화 기한이 수급 안정 분수령

이란이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 공습에 맞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한국의 원유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에 근접하는 가운데, 정부와 정유 4사는 2022년 4월 이후 중단했던 러시아산 원유 수입 재개를 검토 중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 사진=연합뉴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사실상 전면 중단됐던 러시아산 원유가 에너지 위기 국면에서 다시 선택지로 떠오른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8일 미국 재무부의 제재 한시 완화 조치에 한국이 포함됐음을 공식 확인했다. 정부는 정유 4사와 함께 공급가격 협의에 착수하는 한편, 러시아 국영 석유사를 상대로 정부·민간 채널을 동시에 가동 중이다.

수입 원유 70%가 호르무즈 경유

호르무즈 해협
호르무즈 해협 / 사진=구글 어스 캡처

한국은 평상시 하루 282만 배럴의 원유를 수입하며, 그중 70%가 호르무즈 해협을 경유한다. 나프타 역시 절반이 같은 경로를 통해 들어온다.

봉쇄 이후 일일 수입량은 177만 배럴로 줄었으며, 이달 25일 전후로 예정된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입항을 끝으로 4월에는 입항 물량이 사실상 없다.

정유사들은 4월 한 달을 재고로 버텨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했으며, 정유사의 순수출 규모도 하루 117만 배럴에서 27만 배럴로 78% 줄어들 전망이다.

해상 체류 러시아 석유 30일 거래 허용

정유사 유조차
정유사 유조차 / 사진=연합뉴스

미국 재무부는 12일 해상에 체류 중인 러시아 원유·석유 제품에 한해 30일간 거래를 허용하는 제재 한시 완화 조치를 발표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이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는 답변을 미국 측으로부터 수령하고, 정부 채널과 민간 채널을 병행해 러시아 국영 석유사와 협의를 시작했다.

정유 4사(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는 석유제품 예상 공급가격을 논의 중이다. 단, 완화 기한이 4월 11일로 제한돼 있어 실질적 활용 가능성은 불확실하다.

러시아산 도입 효과 제한적

러시아 볼고그라드 소재 루코일 정유소
러시아 볼고그라드 소재 루코일 정유소 / 사진=연합뉴스

러시아산 원유의 2021년 수입 비중은 5.6%에 불과했던 데다, 국내 정유 설비가 중동산 원유에 특화돼 있어 러시아산 정제 효율 저하가 우려된다. 러시아산 우랄유 가격도 지난달 27일 배럴당 59달러에서 17일 92.4달러로 56.6% 급등한 상태다.

정부는 UAE에서 긴급 추가 도입한 1,800만 배럴을 포함해 총 2,400만 배럴을 확보했으며, IEA 비축유 2246만 배럴 방출도 시기·규모를 조율 중이다. GS칼텍스는 미국산 원유 약 400만 배럴을 확보해 6월 도착을 기다리고 있다. 한편, 러시아 측의 반응도 나왔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 해외투자·경제협력 특사 겸 직접투자펀드(RDIF) 대표는 19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엑스(X)에 한국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검토를 보도한 로이터통신 기사를 링크하며 우호적인 반응을 드러냈다.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 특사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 특사 / 사진=연합뉴스

드미트리예프 특사가 링크한 로이터 보도는 산업통상자원부가 미국의 제재 한시 완화를 계기로 기업들과 함께 러시아산 원유·나프타 수입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드미트리예프 특사는 해당 게시물에 영어로 “똑똑한 이들은 모두 그렇듯(Like everyone else who is smart)”이라고 적어 한국의 움직임에 호응하는 태도를 보였다.

4월 11일 기한이 분수령

정유업계 간담회
정유업계 간담회 / 사진=연합뉴스

에너지 공급망 위기가 외교·통상 변수와 맞물리면서 정부의 대응 여지가 좁아진 상황이다. 미국 제재 완화 기한인 4월 11일까지 러시아산 도입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글로벌 물량 선점 경쟁의 향방이 관건이다.

러시아의 수출 의사 확정 여부와 한국의 우크라이나 인도적 지원 기조가 협상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 외교적 부담도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들은 UAE·IEA 비축유 등 다각화된 대체 공급선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할 수 있는지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홍해 우회 유조선에 대한 공격 리스크도 여전히 남아 있어, 수급 안정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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