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또 동결이래요”… 11분기 연속 혜택 뒤에 숨은 23조 원 ‘폭탄’

by 서태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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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분기 전기요금 동결
한전, 누적 영업적자 23조 원에도 안정 우선
지방선거와 물가 안정까지 고려

한국전력은 내년 1분기에 적용할 연료비 조정단가를 현재와 같은 kWh당 5원으로 유지한다고 22일 밝혔다. 다음 달부터 적용되는 내년 1분기 전기요금이 현재 수준에서 동결된다는 의미다. 가정용 전기요금은 11분기 연속, 산업용은 5분기 연속 동결이다.

내년 1분기 전기요금 동결
내년 1분기 전기요금 동결 / 사진=연합뉴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연료비 조정요금으로 구성되며, 이 가운데 연료비 조정요금은 단기적인 에너지 가격 변동을 반영하는 항목이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최근 3개월간 유연탄과 액화천연가스 등 연료비 변동 상황을 종합해 kWh당 ±5원 범위에서 결정되는데, 현재는 최대치인 5원이 적용되고 있다. 한전은 2022년 3분기부터 국제연료비 인상 여부와 관계없이 줄곧 최대치인 5원을 반영해 왔다.

흑자 전환에도 과제는 200조 원의 부채

한국전력공사
한국전력공사 / 사진=연합뉴스

한전은 국제유가 하락으로 석탄, 가스 등 발전 연료비 구입 부담이 완화되면서 올해 1~3분기 누적 11조 5,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올해 3분기 누적 실적 기준 매출액은 73조 7,465억 원으로 전년 대비 5.5%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94.1% 늘어났다.

하지만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후 국제 가스 시세 급등 여파로 여전히 23조 원의 누적 영업적자를 기록 중이다. 총부채는 205조 원까지 불어난 상황이다.

한전은 2021년 2분기부터 글로벌 에너지 위기에 따른 발전연료 구입비 부담이 늘어나면서 총부채가 200조 원을 넘겼는데, 요금 동결에 따른 부담이 심화될 전망이다. 전력당국에서는 전기요금 현실화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지만 국제 연료비 가격 변동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점도 동결 배경으로 꼽힌다.

지방선거와 물가 안정 고려해 보류

지방선거 투표
지방선거 투표 / 사진=연합뉴스

한전은 내년 1분기 연료비 조정단가의 경우 한전의 재무 상황과 연료비 조정요금 미조정액이 상당한 점 등을 고려해 올해 4분기와 동일하게 kWh당 5원을 계속 적용할 것을 정부로부터 통보받았다고 밝혔으며, 한전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노력도 철저히 이행해 달라고 통보받았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적 부담과 물가 안정 기조,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요금 인상 우려 등 사회적 반발을 고려할 때 단기간 내 전기요금 인상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설 명절을 앞둔 연초에 전기요금이 오르면 물가 상승을 자극할 수 있는 만큼 시기를 늦췄다는 분석도 있다.

전기요금 체계 개편 추진

전자식 전력량계
전자식 전력량계 / 사진=연합뉴스

증권가에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고속도로 중심의 국내 전력망 재편을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한전의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물가 상승과 2026년 지방선거를 감안할 때 전기 요금 인상은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송배전 투자비 증가 대응, 한국전력의 재무 구조 개선 등 전기요금 인상의 명확한 근거가 다수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물가 상승과 2026년 지방선거 등 기타 요소를 감안할 때 주택용 요금의 유의미한 인상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대신 정부는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추진할 예정이다. 최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산업용 전기요금 계시별 요금제 개편 방안을 보고했으며, 주간 요금 할인과 야간 요금 인상이 골자다.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 도입도 서두른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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