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사면 채무자 중 33.3% 재연체
38조 원 빌렸으나 28조 원 미상환
금융권 전체에 가산금리 전가
다시 한번 기회를 주자는 선의로 시작된 신용사면 정책이 빚의 뫼비우스 띠라는 역설적인 결과를 낳고 있다. 지난해 연체 기록 삭제 혜택을 받은 채무자 3명 중 1명은 1년도 채 안 돼 또다시 빚을 갚지 못하는 상태에 빠졌고, 이들이 새로 빌린 돈 중 상환되지 않은 금액이 28조 원을 넘어섰다.

이런 충격적인 결과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정부는 사면 대상을 이전보다 훨씬 큰 규모로 확대하는 정책을 재추진하고 있어 도덕적 해이와 금융 시스템 부실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이양수 의원(국민의힘)이 NICE평가정보 등에서 제출받은 자료는 신용사면의 어두운 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지난해 연체 기록을 삭제받은 287만여 명 중 33.3%인 95만 5천여 명이 올해 7월 기준 다시 연체자가 됐다.
이들은 사면으로 깨끗해진 신용을 발판 삼아 금융권에서 총 38조 3천억 원을 빌렸고, 이 중 73.7%에 달하는 28조 5천억 원을 연체 중이다.
1인당 평균 4,283만 원의 빚을 새로 지고 갚지 못하고 있는 셈인데, 이는 2025년 기준 2인 가구의 연간 기준 중위소득(약 4,719만 원)에 육박하는 금액으로, 애초에 상환 능력을 초과한 대출이 이루어졌음을 시사한다.

더 큰 문제는 이 부실의 책임이 성실하게 빚을 갚아온 일반 금융 소비자들에게 전가된다는 점이다. 사면 직후 재연체자들의 개인 신용평점은 평균 31점 상승했고, 이를 통해 이들의 신규 대출 88%(약 33조 7천억 원)가 은행과 저축은행 등 1·2금융권에 집중됐다.
금융기관은 사면으로 인해 옥석을 가릴 정보가 사라지자, 리스크 관리를 위해 대출 문턱을 높이고 가산금리를 일괄적으로 올리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결국, 빚을 내고도 갚지 않은 이들의 부실 비용을 성실상환자들이 더 높은 이자로 대신 떠안게 되는 보이지 않는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심각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정부는 지난달, 5,000만 원 이하 채무자가 연말까지 빚을 전액 상환하면 연체 기록을 삭제해주는, 역대 최대 규모의 신용사면 계획을 발표했다. 채무 한도는 이전 정부(2,000만 원)의 2.5배로 늘었고, 대상자는 최대 324만 명에 달한다.
여기에 배드뱅크 채무조정 대상자까지 합하면 최대 437만 명이 혜택을 볼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작년에 실패한 이들 상당수가 이번에도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며, “이들이 또다시 성실상환자로 거듭날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총 연체액 28조 5천억 원은 국내 79개 저축은행 총자산의 23%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로, 반복되는 사면이 금융 시스템의 건전성을 뿌리부터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결국 신용사면은취약계층 구제라는 정책 목표와 시장 질서 유라는 원칙 사이에서 길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금융연구원(KIF)은 보고서를 통해 일괄적인 사면이 장기적으로 대출금리 상승과 채무불이행 증가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양수 의원은 “무분별한 포퓰리즘식 사면을 지양하고, 재기 의지를 가진 사람을 선별해 구제하는 정교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의의 정책이 악순환의 고리가 되지 않도록, 일괄 구제가 아닌 맞춤형 지원으로 정책의 초점을 전환해야 할 때다.






미친정부. 이죄명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