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조선 7척 억류됐다”… 호르무즈 봉쇄에 원유·반도체 동시 타격 위기

김민규 기자

발행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내 유조선 7척 억류
정부 에너지 비축 208일치로 단기 충격 방어
원유·제품 수급 차질과 가격 급등 가능성 커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 충돌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HD오일뱅크·GS칼텍스 소속 유조선 7척이 해협 인근에 억류된 것으로 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간담회에서 확인됐다. 유조선 1척의 적재량은 약 200만 배럴로 국가 하루 소비량에 맞먹는 규모다. 관건은 봉쇄가 얼마나 지속되느냐다.

한국가스공사 인천생산기지 터미널에 정박한 LNG 수송선
한국가스공사 인천생산기지 터미널에 정박한 LNG 수송선 /사진=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 해상 교역량의 약 27%가 통과하는 핵심 수송로이며, 유조선이 실제로 다닐 수 있는 구간은 전체 폭 55㎞ 중 10㎞ 이내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 구간 전부가 이란 영해에 속한다.

한국의 중동 원유 도입 비중은 지난해 기준 전체의 69.1%이며, 이 가운데 95%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경유하는 만큼 대체 루트 전환 시 수송원가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에너지 비축 208일치, 단기 충격 방어는 가능

한국가스공사 인천생산기지 내 LNG 저장탱크
한국가스공사 인천생산기지 내 LNG 저장탱크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에너지 비축분은 현재 208일치로, 단기 충격을 흡수할 여력은 확보돼 있다. 이에 따라 즉각적인 수급 위기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반면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원유 대체 루트 확보에 따른 운송료 상승과 수급 다변화 부담이 동시에 커질 전망이다.

특히 LNG는 보관 자체가 어려운 특성상 수급 다변화가 더욱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업계는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 주재 간담회에서 정부의 수급 시나리오 마련과 정유 업계 대상 환급제도 지원을 공식 요청했다.

반도체 핵심 소재 헬륨, 90%가 중동산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저유소 입구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저유소 입구 /사진=연합뉴스

원유 수급 차질 우려는 반도체 산업으로도 이어진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 필수적인 헬륨의 90%가 중동에서 수입되는 만큼, 호르무즈 봉쇄가 장기화되면 핵심 소재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한편 UAE에 건설 중인 데이터센터 7~8기도 공사 지연 가능성이 제기되며, AI·반도체 수요에 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석유 가격 상승이 국내 전기료 인상으로 이어지면 반도체 생산 단가가 높아져 가격 경쟁력이 저하되는 연쇄 경로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정부 대응책 마련 공식 요구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UAE 푸자이라 해안 인근에 정박한 유조선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UAE 푸자이라 해안 인근에 정박한 유조선 /사진=연합뉴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5일 간담회를 열고 HD오일뱅크·GS칼텍스 등 관련 업계로부터 현황을 청취하며 산업부에 대응책 마련을 촉구했다. 업계는 구조조정 진행 중인 정유 업계의 재정 부담을 고려해 환급제도 등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에 따라 정부 차원의 수급 시나리오 수립과 LNG 수입선 다변화 방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5일 서울의 한 주유소 가격
5일 서울의 한 주유소 가격 /사진=연합뉴스

이번 사태는 에너지 수입 구조의 중동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는 사실을 재확인시켜 준 계기다. 비축분이 단기 방어막 역할을 하고 있지만, 공급망 리스크가 동시다발적으로 확산되는 구조적 취약성은 여전하다.

에너지·반도체 두 분야에 걸친 파급 경로를 면밀히 점검하고, 정부의 구체적 대응 시나리오가 나오는지 주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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