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가격 35% 폭락, 국내는 요지부동”… 들통 나자마자 슬그머니 인하한 ‘이것’

서태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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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안정 주문 직후 밀가루와 설탕 가격을 일제히 인하
국내 가격이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

제분·제당업체 4곳이 밀가루와 설탕 가격을 일제히 내렸다. CJ제일제당과 삼양사, 사조동아원은 5일 소비자용 제품 가격을 최대 6% 인하한다고 밝혔으며, 대한제분도 1일 밀가루 일부 품목을 평균 4.6% 내렸다.

설탕
설탕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는 검찰의 담합 수사와 이재명 대통령의 물가 안정 주문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대통령이 지난 2일 밀가루와 설탕을 콕 집어 언급하며 독과점 시정을 주문한 직후 업계가 즉각 반응한 점이 눈길을 끈다.

CJ제일제당·삼양사 설탕·밀가루 동시 인하

설탕 및 밀가루 가격 인하 요약
설탕 및 밀가루 가격 인하 요약 / 사진=토픽트리

CJ제일제당은 백설 하얀설탕과 갈색설탕 등 소비자용 설탕 15개 제품을 최대 6%, 평균 5% 인하했다. 백설 찰밀가루, 박력1등, 중력1등, 강력1등 등 밀가루 16개 제품도 최대 6%, 평균 5.5% 내렸다. 앞서 지난달 초에는 업소용 설탕과 밀가루를 각각 평균 6%, 4% 인하한 바 있다.

삼양사는 소비자용과 업소용 설탕·밀가루를 각각 평균 4~6% 내렸으며, 사조동아원은 중식용·제과제빵용 밀가루 등 20개 제품을 최대 6%, 평균 5.9% 인하했다. 대한제분은 밀가루 일부 품목을 평균 4.6% 낮췄다.

검찰, 담합 혐의 52명 수사·기소

이재명 대통령, 수석보좌관회의 발언
이재명 대통령, 수석보좌관회의 발언 / 사진=연합뉴스

이번 가격 인하는 검찰의 대규모 담합 수사가 배경으로 작용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2021년 2월부터 2025년 4월까지 밀가루와 설탕 담합에 가담한 52명을 수사·기소했다.

밀가루 담합에는 대선제분, 삼화제분, 한탑 등 제분사 6곳 대표를 포함한 20명이 재판에 넘겨졌으며, 담합 규모는 5조 9,913억 원에 달한다. 설탕 담합으로는 CJ제일제당과 삼양사가 적발됐고, 담합 규모는 3조 2,715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일 청와대에서 “독과점을 이용해 국민에게 고물가를 강요하는 행태는 공권력을 총동원해 시정하겠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국제 밀 가격 35% 하락했지만 국내 가격은 미반영

대형마트의 밀가루 판매대
대형마트의 밀가루 판매대 / 사진=연합뉴스

업계가 가격을 내린 시점에 국제 원자재 가격은 이미 큰 폭으로 하락한 상태였다. 국제 밀 가격은 2021년 말 톤당 7.82달러에서 최근 5달러 초반대로 약 35% 떨어졌으나, 국내 가격에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2%로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먹거리 물가는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다. 명절을 앞두고 장바구니 부담이 가중되는 시기인 만큼, 이번 가격 인하가 소비자 부담 완화에 얼마나 기여할지 관심이 모인다.

담합 수사와 정부 압박, 가격 조정 계기

대형마트의 설탕 판매대
대형마트의 설탕 판매대 / 사진=연합뉴스

업계의 일제 가격 인하는 검찰 수사와 대통령의 물가 안정 주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10조 원 규모의 담합 사건으로 공정거래 질서가 흔들린 상황에서, 정부가 독과점 시정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자 업계가 즉각 정책을 재정비한 것이다.

다만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분이 제대로 반영됐는지, 인하율이 적정한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향후 업계의 가격 정책이 소비자 중심으로 개선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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