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프리미엄 초콜릿 ‘페레로 로쉐’
생산지 ‘이탈리아→중국 항저우’ 변경
가격은 그대로인데 국적만 바뀌나
발렌타인데이와 수능 선물 1순위로 꼽히는 ‘페레로 로쉐’가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그동안 브랜드의 핵심 정체성이었던 ‘이탈리아(Made in Italy)’ 타이틀을 떼고, 생산 기지를 ‘중국(Made in China)’으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지불해 온 ‘프리미엄의 가치’가 흔들리고 있다.

12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페레로 그룹은 최근 한국 시장에 공급하는 페레로 로쉐의 생산지를 기존 이탈리아에서 중국 항저우 공장으로 전격 교체했다.
현재 편의점과 대형마트 매대에는 기존 이탈리아산 재고와 중국산 신규 물량이 섞여 있는 상태이며, 재고가 소진되는 대로 ‘전량 중국산’으로 대체될 전망이다. 이미 주요 온라인 쇼핑몰의 상품 상세 정보에는 원산지가 ‘중국’으로 변경 표기되어 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냉담’하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비싼 돈 주고 사 먹는 이유는 ‘이탈리아 고급 초콜릿’이라는 이미지 때문이었다”, “중국산 식품을 이 가격에 사 먹을 이유가 없다”, “선물용으로 샀는데 뒷면에 ‘중국’이라고 적혀 있으면 주는 사람도 민망하다”는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핵심은 ‘가격’이다. 생산지가 인건비와 물류비가 저렴한 중국으로 바뀌었음에도, 국내 판매 가격은 요지부동이다.
소비자들은 “원가 절감을 위해 공장을 옮겼으면, 소비자 가격도 내려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를 기업의 이익 극대화 전략, 즉 ‘스킴플레이션(Skimpflation, 가격은 유지하되 서비스나 품질을 낮추는 행위)’의 일환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을 글로벌 원자재 대란의 여파로 해석한다. 최근 기후 변화와 흉작으로 국제 코코아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페레로 그룹이 원가 방어를 위해 생산 효율이 높은 중국을 새로운 거점으로 삼았다는 분석이다.
페레로 측은 진화에 나섰다. 업체 관계자는 “전 세계 모든 공장은 본사가 정의한 동일한 품질 기준과 지침을 준수한다”며 “중국 항저우 공장 제품 역시 품질에는 전혀 차이가 없으며, 이미 동남아와 중동 지역에 공급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품질’에는 변함이 없으니 안심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식품, 특히 ‘디저트’ 시장에서 원산지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아이폰이 중국에서 생산된다고 해서 가치가 떨어지지는 않지만, 입으로 들어가는 ‘프리미엄 식품’에서 ‘이탈리아’와 ‘중국’이 주는 심리적 만족감의 격차는 매우 크다.
‘페레로 로쉐’의 금빛 포장지가 상징하던 ‘이탈리아의 달콤함’은 이제 옛말이 됐다. ‘원가 절감’이라는 기업의 합리적 선택이, ‘브랜드 신뢰도 하락’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지, 아니면 소비자들이 결국 ‘중국산 프리미엄’에 적응할지, 다가오는 연말 선물 시즌이 그 첫 번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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