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안 가봤어요”… 이제는 ‘소풍’도 못 가고 있다는 초등학교의 민낯

서울 초등학교에서 현장 체험 학습이 줄어든 배경
교사 책임 부담과 불명확한 안전 기준이 자리 잡고 있다

서울 지역 초등학교에서 1일형 현장 체험 학습을 실시하는 학교가 2년 사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교육청에 따르면 2023년 598곳이던 체험 학습 실시 학교는 2025년 309곳으로 감소했다.

초등학교 정문
초등학교 정문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는 48.5%가 줄어든 수치다. 특히 수학여행이나 수련회 같은 숙박형 체험 학습까지 포함하면 감소 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 현장에서는 2022년 속초 사망 사고 이후 교사들이 민형사상 책임 부담을 느끼면서 체험 학습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확산됐다고 지적한다.

2022년 속초 사고, 인솔 교사 2명 유죄 판결이 전환점

속초 사고로 인해 재판받는 교사를 위하여 선처를 호소하는 모습
속초 사고로 인해 재판받는 교사를 위하여 선처를 호소하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체험 학습 급감의 결정적 계기는 2022년 11월 강원도 속초시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사망 사고다. 당시 현장 체험 학습 중 고령 버스 기사의 예측 불가능한 운행 부주의로 사고가 발생했고, 인솔 교사 2명은 업무상 과실 치사 혐의로 기소됐다.

1심과 2심 모두 인솔 교사의 주의 의무 소홀을 인정해 금고 6개월에 선고 유예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교사들은 예측 불가능한 사고에도 개인이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게다가 학부모들의 민원도 폭증하면서 교사들의 심리적 부담은 더욱 가중됐다.

버스 타이어부터 도시락까지..

교사 책임 범위 확대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체험 학습을 준비하는 교사들의 업무 부담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버스 기사의 음주 여부와 핸드폰 사용 여부를 확인해야 하며, 버스 타이어 상태까지 점검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한편 식중독 예방을 위해 학생들의 물통과 도시락 준비 상태를 관리하고, 현장에서 음식을 구매하는 과정도 교사가 전담해야 한다. 특히 학부모 민원은 예측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왜 체험 학습을 가느냐”는 민원과 “왜 체험 학습을 안 가느냐”는 민원이 동시에 접수되는 모순적 상황도 발생한다. 반면 학생들은 졸업할 때까지 체험 학습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으며, 6학년 학생들은 “시위라도 하고 싶다”는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안전 의무 기준 불명확

2024년 면책 조항 통과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2024년 학교 안전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교사에 대한 면책 조항이 신설됐다. 이는 교사들의 책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였으나,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안전 의무의 기준이 여전히 불명확해 교사들은 어디까지가 책임 범위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체험 학습 실시 여부는 학년 구성원 전원의 합의로 결정되는데, 단 1명이라도 반대하면 미실시로 결정되는 구조다.

따라서 교장도 이를 조정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교사들은 “좋은 의도로 체험 학습을 계획해도 결국 포기하게 된다”며 심리적 압박을 호소하고 있다.

교육 당국의 책임 분산 체계 마련 시급

소풍
소풍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교사 개인에게 모든 책임이 전가되는 현 구조는 체험 학습 자체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안전 관리 지침을 구체화하고 교육청 차원의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 책임을 분산할 필요가 있다.

학부모들도 교육적 가치와 추억을 만들어주기 위해 과도한 민원을 자제하는 성숙한 태도가 요구된다. 예측 불가능한 사고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는 한, 체험 학습 급감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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