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업무보고서 ‘다원시스’ 공개 비판
잇단 납기 지연에도 선급금만 챙겨
‘저가 수주·돌려막기’ 관행에 철퇴
이재명 대통령의 작심 비판 한마디가 코스닥 시장을 강타했다. 15일, 철도차량 제작 기업 ‘다원시스’의 주가는 개장과 동시에 곤두박질치더니 전 거래일 대비 무려 26.06% 폭락한 2,795원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12일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이 대통령이 특정 업체의 납품 지연 실태를 지적하며 “정부 기관이 사기를 당한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린 여파다. 시장은 이를 단순한 질책이 아닌, 기업의 존립을 흔들 수 있는 고강도 사정(司正)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였다.
“3차 계약까지 따냈는데…” 충격적인 미납 현황

대통령이 이토록 분노한 이유는 다원시스의 납품 지연 상황이 ‘상식 밖’의 수준이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차량은 코레일의 신형 간선형 전동차인 ‘ITX-마음’이다. 구체적인 수치를 보면 상황은 심각하다. 다원시스는 당초 2022년 12월까지 납품하기로 했던 150칸 중 30칸을 아직도 납품하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2차 물량이다. 2023년 11월까지 납품해야 했던 208칸 중 무려 188칸이 미납 상태다. 사실상 공장이 멈춰 선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그런데도 코레일은 다원시스와 2,208억 원 규모의 3차 계약을 또다시 체결했다.
납기가 줄줄이 밀리는 업체에 계속해서 일감을 몰아준 셈인데, 이 과정에서 계약금의 60%에 달하는 선급금까지 지급된 사실이 드러나며 ‘특혜 논란’과 ‘관리 부실’ 의혹에 기름을 부었다.
무리한 확장이 부른 ‘저가 수주’의 늪

다원시스는 본래 전동차에 들어가는 전력 변환 장치(인버터) 등을 만들던 부품 제조사였다. 그러다 2019년 철도차량 업체 ‘로윈’을 합병하며 완성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의 원인을 2015년 전후로 바뀐 입찰 구조에서 찾는다.
당시 정부는 독점 체제를 깬다는 명분으로 입찰 자격을 완화했고, 기술력보다는 ‘가격’이 낙찰의 결정적 변수가 되었다. 이 틈을 타 다원시스와 우진산전 등 후발 주자들이 공격적인 ‘최저가 입찰’로 현대로템의 아성에 도전했다.

문제는 저가 수주가 결국 ‘제 살 깎아먹기’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점이다. 싼값에 계약은 따냈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기술적 노하우 부족으로 제작 단가를 맞추기 어려워진 것이다.
결국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해 새 계약을 따서 받은 선급금(계약금)을 이전 계약 물량의 제작비로 메우는, 이른바 ‘수주 돌려막기’ 식의 위험한 경영이 고착화되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이 대통령이 “발주받아 놓고 딴짓한다”고 지적한 것도 바로 이 지점을 꼬집은 것이다.
정부 “수사 의뢰·선급금 축소”, 철도 업계 ‘초비상’

정부는 즉각적인 행동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다원시스의 부품 조달 과정과 자금 흐름, 계약 이행 전반에 대해 수사 기관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특히 관행처럼 여겨졌던 ‘선급금 제도’를 대폭 손질하기로 했다. 기업의 유동성 지원을 위해 도입된 제도가 오히려 부실 기업의 연명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진석 철도경제연구소장은 “철도 차량은 국민의 안전을 담보로 하는 핵심 인프라”라며 “단순히 가격만 보고 업체를 선정하는 현재의 최저가 낙찰제 방식을 뜯어고치고, 납기 준수 능력과 제작 역량을 철저히 검증하는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다원시스 사태는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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