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노동자들의 근로시간 단축 본격 추진
연장근로 ‘주 단위’ 계산 대법원 판결
국회, ‘하루 4시간’ 상한선 입법 추진
정부가 OECD 최고 수준의 노동시간을 줄이려는 ‘실노동시간 단축’을 본격 추진하는 가운데,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노동 규제인 ‘주 52시간 근무제’에, 하루 21시간에 달하는 ‘몰아치기 밤샘 노동’을 가능하게 하는 법적 허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23년 말, 연장근로 시간 계산을 ‘일 단위’가 아닌 ‘주 단위’로 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의 취지가 무력화됐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에 국회와 정부가 뒤늦게 ‘일 단위 상한’을 신설하는 법 개정 논의에 착수하면서, 노동계와 경영계의 해묵은 갈등이 재점화되고 있다.

현재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은 하루 8시간, 1주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으며, 1주 12시간 이내에 연장근로를 할 수 있다. 여기서 1일 단위와 1주 단위의 계산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하루 15시간씩 3일을 일할 경우 1일 단위로 계산하면 연장근로시간은 하루 7시간씩 총 21시간으로 ‘1주 12시간’을 초과해 법 위반이 된다. 그러나 1주 단위로 계산할 경우 총 근로시간은 45시간으로 연장근로시간은 5시간이 초과되어 합법이 된다.

논란의 시작은 2023년 12월 대법원 판결이었다.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상 연장근로 한도인 ‘1주 12시간’은, 일주일 전체의 연장근로 총량만을 규제하는 것이지, 하루에 몇 시간을 더 일했는지를 제한하는 조항은 아니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로 인해, 이제는 일주일 총 근로시간이 52시간만 넘지 않으면 합법이 되는 길이 열렸다. 이론상으로는 하루 최대 21.5시간의 노동까지 가능해진 셈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1일 단위 연장근로 산정 단위가 사라져 장시간 집중 근로 규제가 결과적으로 완화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판결이 나온 지 2년이 다 되도록, 정부가 법 개정 등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않고 사법부의 판단 뒤에 숨어 노동자의 건강권 침해 가능성을 방치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러한 입법 공백을 메우기 위해, 국회에는 ‘1일 연장근로시간은 4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법안을 발의한 이용우 의원 등은 “일일 상한이 없다면, 노동자의 건강권이 심각하게 침해받을 것”이라며 입법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이는 ‘주 52시간’이라는 총량 규제와 함께, ‘하루 12시간’이라는 일일 규제를 통해 노동자를 이중으로 보호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경영계에서는 ‘일 단위’ 규제가 산업 현장의 유연성을 해친다고 반발한다. 특정 기간에 집중적인 업무가 필요한 IT나 게임 산업 등의 경우, ‘일 단위’ 규제가 R&D 효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몰아치기 노동’으로부터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해야 한다는 가치와, 산업 경쟁력을 위해 ‘근로시간의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가치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는 셈이다. 총선을 앞두고, 이 해묵은 논쟁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무거운 과제가 국회와 정부 앞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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