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값 3만 원 시대 “정부, 더는 못 참아”… 양 줄이기 ‘장난질’, 꼼수 ‘딱’ 걸렸다

치킨 중량 표시 의무화, 15일부터 시행
치킨 조리 전 중량, 메뉴판에 반드시 표시
상위 프랜차이즈 우선, 내년 6월까지 계도기간

정부가 15일부터 치킨 조리 전 중량 표시를 의무화한다. 교촌치킨 등 일부 브랜드가 중량은 줄이고 가격은 그대로 유지한 ‘슈링크플레이션’ 논란이 촉발된 것이 배경이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식약처, 농식품부 등 관계부처는 이를 포함한 ‘식품 분야 용량 꼼수 대응 방안’을 2일 발표했다.

교촌치킨 매장
교촌치킨 매장 / 사진=연합뉴스

이에 따라 치킨 전문점은 메뉴판에 가격뿐 아니라 닭고기의 조리 전 총중량도 병기해야 한다. 포장 주문의 경우도 인터넷 화면에 중량을 반드시 명시해야 한다.

중량 표시는 정확한 그램 수 혹은 ’10호(951~1,050g)’ 등으로 기재할 수 있도록 했다. 외식 물가의 실질적인 인상을 소비자가 인지할 수 있는 구조가 처음 마련된 셈이다.

교촌치킨 허니콤보
교촌치킨 허니콤보 / 사진=교 촌치킨

중량 표시 의무는 BHC, BBQ, 교촌치킨, 처갓집, 굽네, 페리카나, 네네, 멕시카나, 지코바, 호식이두마리 등 전국 1만 2,560개 매장을 가진 10대 치킨 브랜드에 우선 적용된다. 이는 전국 약 5만 개 치킨집의 4분의 1 수준이다.

제도 시행 초기에는 자영업자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내년 6월까지는 처벌 없이 개선 안내에 그치고, 이후 반복 위반 시 영업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내릴 계획이다.

치킨의 가격을 인상하거나, 중량만 줄여 사실상 가격을 올리는 경우에는 소비자가 이를 인지할 수 있도록 안내 문구를 게시하도록 유도한다. 다만 이는 의무가 아닌 자율 규제에 맡겨 시장 감시 기능이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교촌치킨 매장
교촌치킨 매장 /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소비자단체협의회를 통해 치킨 브랜드의 중량, 가격 정보를 비교 공개하도록 예산을 지원할 방침이다. 단체협의회는 ‘용량 꼼수 제보센터’를 운영해 일반 소비자로부터 SNS와 홈페이지를 통한 제보를 받고, 법 위반이 확인되면 공정위나 식약처가 대응에 나선다.

소비자단체의 활동을 통해 자율 감시 체계를 강화하고, 시장의 자정 기능을 기대하는 구조다. 특히 교촌치킨 사례처럼 중량과 부위를 바꾸는 방식의 사실상 가격 인상이 반복되지 않도록, 이 같은 시민 기반 감시 모델이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교촌은 논란 이후 국회 출석과 여론 압박을 받으며 원래 메뉴 구성을 복원한 바 있다.

치킨 중량 표시 의무화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외식뿐 아니라 가공식품 시장에서도 ‘용량 꼼수’에 대한 제재가 강화된다. 현재 한국소비자원이 19개 식품 제조사와 8개 유통사에서 받은 정보를 토대로 제품 중량이 5% 이상 줄었는지, 이 사실을 3개월 이상 소비자에게 알렸는지를 점검하고 있다.

지금은 고지가 누락되면 시정 명령 수준에 그쳤지만, 앞으로는 문제가 될 경우 해당 제품의 제조를 일정 기간 금지하는 ‘제조정지 명령’까지 가능하도록 제도를 바꾼다.

이는 소비자 보호뿐 아니라 실질적인 기업 행동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식약처는 내년부터 이를 본격 시행하며, 중량 조정과 함께 성분을 바꾸는 신제품 포장에도 모니터링을 강화할 방침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의약품안전처 /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이번 조치는 외식 업계에서 사실상 처음 도입되는 중량 규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단위 가격을 직접 확인할 수 있어 가격 인상 여부를 더 쉽게 판단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안내 문구가 의무가 아닌 점이나, 전체 외식업계가 아닌 상위 브랜드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제도가 제대로 안착하려면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감시도 함께 필요하다.

당국은 향후 민관 협의체를 통해 제도 확대와 자율규제 이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결국, 치킨 한 마리의 가격이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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