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500원 부담에 ‘금리 동결’, 결국 환율·집값·물가 삼중으로 들이닥쳐

서태웅 기자

발행

한국은행 기준금리 동결, 5회 연속
환율, 한미 금리차 1.25%포인트
물가 2%대 지속·서울 집값 상승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5일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지난해 7월 10일 이후 5회 연속 동결이며, 최소 약 7개월간 같은 수준을 유지하는 셈이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선에 근접하면서 금리 인하 시 원화 가치 하락 우려가 커진 데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를 넘는 상황이 동결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 사진=연합뉴스

특히 이번 회의 의결문에서는 기준금리 인하 관련 표현이 삭제돼 금리 인하 사이클이 사실상 중단됐음을 시사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2월과 5월 두 차례 금리를 인하한 뒤 7월부터 동결을 유지하고 있으며, 차기 금통위 회의는 2월 26일 열릴 예정이다.

환율 1,477원에 한미 금리차 1.25% 부담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 사진=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은 14일 전날 대비 3.8원 오른 1,477.5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2월 22일과 23일 1,480원을 돌파한 뒤 1,440원대까지 급락했다가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들은 환율이 금리 동결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금융연구원 장민 선임연구위원은 “금리를 인하하면 환율이 급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기준금리는 연 2.50%인 반면 미국은 3.50~3.75%로, 한미 금리차가 1.25%포인트에 달한다. 이에 따라 외국인 자금이 미국으로 유출될 가능성이 크다. NH금융연구소 조영무 소장은 “환율과 물가가 미안정한 상황에서 금통위원 다수가 동결을 지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 집값 10일 연속 오르며 금리 인하 부담

소비자 물가 상승률 동향
소비자 물가 상승률 동향 / 사진=토픽트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2월 전년 동월 대비 2.3%를 기록하며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인 2%를 넘어섰다.

지난해 9월 2.1%였던 상승률은 10월과 11월 각각 2.4%로 높아진 데 이어 12월에도 2%대를 유지했다. 특히 석유류 가격은 6.1%, 수입 쇠고기는 8.0% 올랐으며, 수입 물가도 전월 대비 0.7% 상승했다. 고환율이 지속되면서 수입 물가가 오르고, 이것이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월 첫째 주(5일 기준) 전주 대비 0.18% 상승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집값은 48주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으며, 주택 가격 전망 소비자심리지수(CSI)는 지난해 12월 121로 전월 대비 2포인트 증가했다.

의결문서 인하 표현 삭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주재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주재 /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은 이번 회의 의결문에서 기준금리 인하 관련 표현을 삭제했다. 지난해 10월 의결문에는 “기준금리 인하 시점과 속도”를 결정하겠다는 문구가 있었고, 11월에는 “기준금리 인하 여부”로 바뀌었다. 반면 이번에는 “면밀히 점검하면서” 결정하겠다고만 밝혀 금리 인하 사이클이 사실상 중단됐음을 시사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026년 성장률 전망치를 1.8%로 제시하면서도, IT 부문을 제외하면 1.4%에 그친다고 밝혔다.

반도체 수출은 호조를 보이지만 내수는 여전히 부진한 K자형 회복 양상이다. 게다가 가계대출 규모는 지난해 3분기 약 1,845조 원에 달하며,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53.1%에 이른다. 노무라증권 박정우 이코노미스트는 “연내 동결 후 하반기 매파적 전환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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