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투자와 신차 개발도 사전동의 받아라”… 경영권까지 노리는 기아 노조

기아 노조가 신차 배정과 해외 투자 등 경영권 핵심 영역에 대한 의사결정 구조 개편을 요구하면서 완성차 업계의 글로벌 경쟁력과 투자 전략에 미칠 파급력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기아 공장 생산 라인
기아 공장 생산 라인 /사진=기아

핵심 사항

  • 기아 노조가 신차 개발과 국내외 공장 신규 투자 및 이사회 의결 사항에 대해 노사 의견 일치를 의무화하는 단체협약 개정을 요구했습니다.
  • 노조는 정년 만 65세 연장과 임금피크제 폐지 및 상여금 800% 인상을 요구하고 있으며 현대차 노조도 86.7% 찬성으로 쟁의권을 확보했습니다.
  • 해외 투자와 신차 배정 등 경영권 핵심 영역에 노조 동의 절차가 도입될 경우 글로벌 경쟁력 약화와 의사결정 지연이 우려됩니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완성차 업계의 여름 교섭 시즌이 전례 없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합법적 쟁의행위 범위가 ‘근로조건 유지·개선’에서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으로 확대되면서, 노조가 임금 테이블을 넘어 경영 전략 영역까지 발언권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기아 노동조합이 단체협약 개정 교섭에서 신차 개발과 국내외 공장 신규 투자, 이사회 투자 의결 사항까지 ‘노사 의견 일치’ 조항을 삽입하라고 사측에 공식 요구하면서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 요구가 관철될 경우 기아의 주요 경영 결정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사회 결정까지 노조 동의 요구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화성지회 대의원 기자회견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화성지회 대의원 기자회견 /사진=금속노조

기아 노조가 단체협약에 넣으려는 핵심 문구는 “신차를 개발하거나 국내외 공장에 신규 투자할 때 계획을 노조에 사전 통보하고 노사 의견을 일치해 진행한다”는 내용이다.

기존에는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한해 고용안정위원회 의결을 거치도록 했으나, 이번 개정 요구안은 공장 신규 투자와 차종 투입으로 적용 범위를 구체화했다.

한발 더 나아가 투자 관련 이사회 의결 사항에 대해서도 동일한 지침을 적용하자고 제안했다.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결정되는 기업 고유의 경영권에 노조가 사실상 거부권을 행사하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미래 부품 자체 생산 요구에 임금·정년까지

기아 광주공장 금속노조의 과거 총파업
기아 광주공장 금속노조의 과거 총파업 /사진=연합뉴스

신기술·신차종 도입 시 기존 절차는 노조 통보로 충분했지만, 개정안에는 노조 협의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아울러 배터리·모터·감속기·스택 등 미래 모빌리티 핵심 부품을 국내 공장에서 자체 생산하라는 조항 신설도 함께 제안해, 신사업 전략과 부품 조달 구조에까지 노조 관여를 명문화하려 하고 있다.

임금·복지 요구도 만만치 않다. 정년을 만 65세로 연장하고 임금피크제를 폐지하며 상여금을 기존 750%에서 800%로 인상하는 안이 경영 동의 요구와 하나의 패키지를 이루고 있다.

전국금속노조 기아지부가 과거에도 생산물량 계획·설비 전개·교대제 조기 시행 등에서 강도 높은 요구를 밀어붙인 이력이 있는 만큼, 이번 요구는 기존 강경 노선의 연장선상으로 읽힌다.

현대차·한국GM도 파업 절차 진입

기아 오토랜드 광명
기아 오토랜드 광명 정문 /사진=연합뉴스

완성차업계 하투 전선은 기아에 그치지 않는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같은 날 전체 조합원 대상 파업 찬반투표에서 86.7% 찬성률로 쟁의권을 확보했다.

지난해 순이익의 30%에 해당하는 성과급과 상여금 800% 인상을 요구하면서, AI 도입에 따른 고용·노동조건 보장, 완전 월급제, 노동시간 단축, 신규 인원 충원 등 다층적 의제를 함께 제시하고 있다.

한국GM 노조도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86%가 넘는 찬성률을 기록하며 1인당 성과급 3,000만 원 지급을 요구, 오는 26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할 예정이다. 노조법 2·3조 개정이 이들 교섭의 법적 토대를 넓혀준 배경이다.

기아 양재 사옥
기아 양재 사옥 /사진=기아

기아 노조의 이번 요구는 임금 인상을 넘어 기업의 의사결정 구조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해외 투자·신차 배정·신기술 도입마다 노조 동의 절차를 의무화하면 글로벌 경쟁사 대비 의사결정 속도가 느려지고 투자 타이밍을 놓칠 위험이 커진다는 우려가 업계에서 나온다.

노란봉투법 시행을 발판으로 경영상 결정에 대한 노조 개입 요구가 자동차를 넘어 제조업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도 제기된다. 사측은 의사결정 지연 등을 이유로 기아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해외 투자와 신차 배정까지 노조 동의 사안이 되면 글로벌 경쟁사와의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지 않도록, 교섭 과정에서 경영권의 핵심 영역을 어디까지 지킬 수 있을지가 이번 하투의 실질적인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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