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차 수리에 감히 짝퉁을?”… 분노한 운전자들의 항의에 정부, 결국 백기 들었다

by 김민규 기자

발행

수정

정부의 자동차보험 ‘대체부품 의무화’
분노한 시민들에 결국 철회
소비자 선택권 보장으로 선회

“내 차 수리에 ‘짝퉁’ 부품은 안 된다”는 3만 명 운전자의 외침이 결국 정부 정책을 되돌렸다. 자동차보험 수리 시 순정부품(OEM) 대신 대체부품 사용을 기본으로 하려던 금융당국의 계획이, 거센 여론의 반발에 부딪혀 ‘소비자 선택권 보장’으로 전면 후퇴했다.

자동차보험 개정 반발에 꼬리 내린 정부
자동차보험 개정 반발에 꼬리 내린 정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보험료 인하라는 명분과 소비자의 신뢰라는 가치가 정면으로 충돌한 이번 사태는, 제도 설계에 있어 여론 수렴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남게 됐다.

당초 금융당국은 오는 8월 16일부터 사고 수리 시 값싼 ‘품질인증 대체부품’을 기준으로 보험금을 지급하고, 운전자가 비싼 순정부품을 원하면 그 차액을 직접 부담하도록 약관을 변경할 예정이었다.

자동차보험 개정 반발에 꼬리 내린 정부
자동차보험 개정 반발에 꼬리 내린 정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보험료 부담 완화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이 계획은 ‘사고 이전 상태로의 원상 복구’라는 보험의 대원칙을 흔들고 ‘내 차의 가치 하락’을 강요한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특히 안전과 직결될 수 있는 범퍼 등의 부품을, 제조사가 아닌 제3자가 인증한 부품으로 강제하는 것에 대한 불신이 컸다.

자동차보험 개정 반발에 꼬리 내린 정부
자동차보험 개정 반발에 꼬리 내린 정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결국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3만 명 이상이 서명하는 등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자, 정부는 백기를 들었다. 금융위, 국토부, 금감원은 공동으로 개선안을 발표하며 기존 계획을 사실상 폐기했다.

새 개선안의 핵심은 ‘소비자 선택권 보장’이다. 운전자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순정부품만으로 수리할 수 있으며, 특히 출고 5년 이내의 신차는 원칙적으로 순정부품을 사용하도록 못 박았다. 또한, 브레이크나 조향장치 같은 핵심 안전 부품은 대체부품 사용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했다.

자동차보험 개정 반발에 꼬리 내린 정부
자동차보험 개정 반발에 꼬리 내린 정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신 정부는 소비자의 ‘자발적 선택’을 유도하기 위한 당근책을 다시 꺼내 들었다. 과거에 시행되었다가 사라졌던 ‘환급 특약’을 부활시킨 것이다.

운전자가 대체부품 사용에 동의할 경우, 절약되는 수리비의 일부인 순정부품 가격의 25%를 현금으로 직접 돌려받게 된다. 이 혜택은 내 차 수리(자차)뿐만 아니라 상대방 차 수리(대물) 시에도 적용된다.

자동차보험 개정 반발에 꼬리 내린 정부
자동차보험 개정 반발에 꼬리 내린 정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번 사태는 급한 불은 껐지만, 근본적인 불씨는 남겨뒀다. 바로 ‘품질인증 대체부품’ 자체에 대한 소비자의 깊은 불신이다.

정부 역시 이를 인정하고, 현재 한국자동차부품협회가 단독으로 운영하는 인증 시스템의 투명성과 사후 관리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보험료 인하와 소비자 권익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정부의 정책이 신뢰라는 벽을 넘지 못하고 좌초한 이번 사건은, 앞으로의 제도 개선에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전체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