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오토파일럿 사망 사고 소송 패소로 3,520억 배상 판결
플로리다 연방법원은 테슬라의 배상 기각 신청을 재차 거부했다.
자율주행 기술을 앞세워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이끌어온 테슬라가 법정에서 연이어 고배를 마시고 있다. 오토파일럿 기능과 연관된 사망 사고 소송에서 약 2억 4,300만 달러(약 3,520억 원)라는 전례 없는 배상 판결을 받은 데 이어, 재심 신청마저 기각되면서 이 판결이 사실상 확정됐다.

2026년 2월 19일, 플로리다 연방 지방법원의 베스 블룸 판사는 테슬라의 71페이지 분량 재심 신청을 기각하며 “증거는 배심원단의 판단을 충분히 뒷받침한다”고 밝혔다.
이 판결은 연방 배심원단이 오토파일럿 관련 사망 사고에서 테슬라 책임을 인정한 최초의 연방 배심 평결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시속 100km/h로 신호 무시, 오토파일럿은 작동하지 않았다

사고는 2019년 4월 25일 밤, 플로리다 키 라르고의 교차로에서 발생했다. 테슬라 모델 S를 운전하던 조지 맥기는 휴대전화를 떨어뜨려 줍기 위해 고개를 숙인 사이 정지 표지판과 적색 점멸 신호를 무시하고 교차로를 통과했다.
제한속도 시속 72km의 구간을 100km/h로 달리던 차량은 갓길에 주차된 쉐보레 타호를 들이받았고, 차량 옆에 서 있던 22세 나이벨 베나비데스 레온이 숨졌다. 그의 남자친구 딜론 앙굴로는 다발성 골절과 외상성 뇌손상을 입었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오토파일럿 시스템이 정지 차량과 신호를 감지하지 못해 제동 기능을 작동시키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원고 측은 테슬라가 오토파일럿의 실제 능력을 과장 마케팅해 운전자의 과신을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테슬라는 오토파일럿이 어디까지나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며 운전자의 상시 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했으나, 배심원단은 설득되지 않았다.
보상 1,290억에 징벌 2,900억, 제안된 합의금의 네 배

배심원단은 2025년 8월 1일 보상적 손해배상 1억 2,900만 달러와 징벌적 손해배상 2억 달러, 합산 3억 2,900만 달러를 산정했다.
이 가운데 테슬라 과실 비율인 33%가 적용된 보상적 배상분과 징벌적 배상금 전액을 합산한 약 2억 4,300만 달러가 테슬라의 실질 부담액이 됐다. 나머지 67%의 과실은 운전자 맥기에게 있으나, 그는 피고가 아닌 별도 합의를 마친 상태다.
주목할 점은 테슬라가 재판 전인 2025년 5월 원고 측이 제시한 6,000만 달러 합의안을 거절했다는 사실이다. 그 결과 최종 부담액은 제안된 합의금의 네 배를 넘는 수준이 됐다. 테슬라는 현재 제11순회 항소법원에 항소를 예고한 상태여서, 법적 공방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오토파일럿 명칭 삭제부터 로보택시 확대까지

이번 판결은 테슬라를 둘러싼 규제·소송 파고 속에서 나왔다. 미국 연방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2025년 10월 FSD 장착 약 288만 대를 대상으로 신호 무시·역주행 차선 변경 등 58건의 위반 사례를 이유로 조사를 개시했다.
그리고 캘리포니아에서는 2025년 12월 행정법 판사가 ‘오토파일럿’이라는 명칭 자체가 기만적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테슬라는 2026년 2월 해당 명칭을 ‘교통 인식 크루즈 컨트롤’로 교체하며 사태를 봉합했다.
반면 머스크는 같은 달 다보스에서 2026년 말까지 미국 내 로보택시 서비스를 광범위하게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재천명했다. 기술 개발과 법적 책임 사이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 한, 이번 판결이 남긴 파장은 테슬라뿐 아니라 자율주행 산업 전체에 걸친 선례로 오래 남을 가능성이 높다.






안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