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KTX 타고 제주 간다”… 18년 묵은 27조 프로젝트, 마침내 실현된다?

by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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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제주 고속철도 유치 토론회 개최
총 27조 원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
약 109km의 해저터널로 3시간이면 간다

18년간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던 초대형 국책사업이 수면 위로 다시 떠올랐다. 전남 완도군과 해남군이 오는 12월 17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서울제주 고속철도 구축 가능성과 발전 전략’ 토론회를 개최한다고 밝힌 것이다.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이번 행사는 박지원 의원을 비롯해 민홍철, 민병덕, 민형배, 허종식, 손명수 등 6명의 국회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완도군과 해남군이 주관한다.

총사업비 27조 원이 투입되는 이 프로젝트는 2007년 전남도와 제주도가 공동으로 대정부 건의문을 내면서 처음 논의됐지만, 경제성 부족과 제주도의 강력한 반대로 국가 계획에 단 한 번도 포함되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 9월 보성목포 철도 개통을 계기로 지역 관심이 재점화되면서, 2026년부터 시행될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시키기 위한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서울~제주 고속철도 유치 국회 토론회
서울~제주 고속철도 유치 국회 토론회 /사진=해남군청

서울제주 고속철도는 서울에서 출발해 해남 또는 완도를 경유하여 약 109km의 해저터널을 통해 제주에 도착하는 노선이다. 만약 이 사업이 실현되면 현재 공항 이동과 대기 시간을 포함해 4~5시간 걸리는 서울-제주 이동이 3시간 이내로 단축된다.

특히 제주국제공항이 기상이변으로 매년 1,500건 안팎의 항공기 결항 사태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날씨와 무관하게 안정적으로 운행되는 고속철도는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완도군과 해남군은 이동 시간 단축과 교통 안정성 확보는 물론, 인적·물적 교류 확대, 고용 창출, 관광 수요 증가 등으로 국가 균형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완도군청 전경
완도군청 전경 /사진=완도군

이에 완도군과 해남군은 2024년 2월 영암군과 함께 국토교통부에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반영을 요청하는 건의서를 제출했고, 전담 팀을 구성해 국가철도공단과 한국교통연구원을 지속적으로 방문하며 사업 타당성을 설명해왔다.

신우철 완도군수는 “관광 활성화와 인구 유입을 위한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해서는 반드시 고속철도가 건설돼야 한다”며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되도록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제주 고속철도 노선안
서울~제주 고속철도 노선안 /사진=완도군

하지만 가장 큰 걸림돌은 정작 목적지인 제주도의 반대다. 제주도와 관광업계는 고속철도가 섬 고유의 매력을 훼손할 것이라며 일관되게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제주 관광의 핵심은 체류형 휴양지로서의 성격인데, 해저터널이 개설되면 서울~제주 당일치기 여행이 가능해져 제주가 단순 경유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다. 게다가 단기간에 관광객이 대거 몰려들면서 발생할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고속철도 KTX
한국고속철도 KTX /사진=코레일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올해 4월 도정 질문에서 “해저터널은 제2공항 건설을 마무리한 뒤 논의하겠다”며 “현재로서는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오 지사는 일론 머스크가 추진하는 신개념 고속열차 ‘하이퍼루프’에 대해 “건설 비용이 적고 관련 기술이 높은 수준까지 발전했다”며 “기술 발전 속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여, 기술적 진화에 따라 입장이 달라질 여지를 남겼다.

제주도 돌하르방
제주도 돌하르방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번 12월 17일 국회 토론회에서는 해남·완도 경유 노선 외에도 목포, 여수, 진도 경유 등 다양한 노선의 장단점을 비교 분석하고, 단계별 추진 전략을 논의할 예정이다.

국회 차원의 대국민 홍보를 통해 사업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26~2035년)에 반영되는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전략이다. 제5차 계획은 국토교통부의 최상위 법정계획으로, 2025년 내 확정을 목표로 현재 수립 중이다.

완도와 해남 입장에서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27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예산, 제주도의 반대, 경제성 논란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18년간 묵혀뒀던 지역의 염원이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현실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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