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멈추면 일상 불가능’… 고령운전자 사고 ‘36.4% 급증’했지만 면허 반납률 2%대

by 서태웅 기자

발행

한국도로교통공단 인지능력 검사
터치패드 조작부터 막히는 고령자들

고령운전자 교통사고가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2024년 고령운전자 사고 건수는 4만 2,369건으로 2020년 대비 36.4% 급증했으며, 시청역 역주행 사고와 종각역 택시 돌진, 부천 시장 트럭 돌진 같은 대형 사고도 잇따랐다. 하지만 면허 반납률은 최근 5년간 2%대에 머물러 있다.

고령운전자들의 현실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이들은 3년마다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인지능력 자가진단과 교통안전교육을 위해 찾아왔으며, 이 과정을 통과해야만 면허를 갱신할 수 있다. 교육장에서 만난 고령운전자들은 하나같이 “운전을 멈출 수 없다”고 말했다.

인지능력 자가진단 과정 및 고령자 어려움

고령준전자 인지능력 자가진단 교육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인지능력 자가진단은 약 30여 분간 진행되며, 교통표지판 변별·방향표지판 기억·횡방향 동체추적·공간 기억·주의탐색 등 5가지 항목을 평가한다. 교육생들은 터치패드와 헤드폰을 착용하고 검사를 진행하는데,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들은 처음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터치패드를 제대로 누르지 못해 다음 화면으로 넘어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고, 오답을 선택해 진행이 막히기도 했다.

한국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교육생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검사 진행을 도왔지만, 고령자들의 인지 능력과 디지털 기기 조작 능력 차이는 검사 자체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었다.

면허 반납 저조 원인 및 전문가 제언

청주 급발진 주장 고령운전자 역주행 사고
청주 급발진 주장 고령운전자 역주행 사고 / 사진=청주 동부소방서

고령운전자 면허 반납률이 5년간 2%대에 머문 데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대중교통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서는 병원·직장·여가 활동을 위해 운전이 필수이며, 면허를 반납하면 일상생활 자체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선착순으로 지급하는 20만 원 일회성 지원금은 실효성이 없다는 평가다.

강진동 스튜디오갈릴레이 본부장(전 서울시 교통운영과장)은 “수요응답형 교통(DRT)을 장거리와 단거리로 구분해 맞춤형으로 제공하고, 고령자의 이동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 장효석 책임연구원은 “병원·마트·안경원 등에서 지속적으로 경제적 혜택을 제공하고, 일본처럼 면허증 반납 시 다른 신분증을 발급해 박탈감과 상실감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제 반납보다 대안 마련이 우선

고령운전자 면허 반납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고령운전자 사고가 증가하는 것은 분명한 문제다. 하지만 무조건 면허를 반납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대중교통이 닿지 않는 곳에서 살아가는 고령자들에게 운전은 생존의 문제이며, 일회성 지원금으로는 이들의 일상을 대체할 수 없다.

면허 반납률 2%대라는 수치는 정책 실패가 아니라 현실의 반영이다. 고령운전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수요응답형 교통과 같은 맞춤형 이동 수단을 확대하고, 지속적인 경제적 혜택을 제공하는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

단순히 운전을 멈추게 하는 것이 아니라, 운전을 멈춰도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먼저 만드는 것이 순서다. 그때서야 고령자들도 안심하고 운전대를 내려놓을 수 있을 것이다.

전체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