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비넷에 처박혀 있던 5년”… 보완수사 맡긴 음주운전, 공소시효 지나 처벌도 못 한다

서산지청 보완수사 4건 장기 방치 드러나
음주운전 2건은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 불가
3개월 기한 초과 23.5%, 제도 미이행 현실

검찰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한 뒤 사건이 5년 넘게 방치되는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대전지검 서산지청은 경찰이 음주운전 2건, 사기 2건 등 총 4건의 기록을 전산에 입력하지 않은 채 공용 캐비넷에 방치해왔다는 사실이 2026년 정리 과정에서 드러났다.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 /사진=연합뉴스

그 중 음주운전 사건 두 건은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이 불가능해진 상태다. 4건 모두 서산지청이 2021년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한 사건이었으나 경찰이 5년간 방치한 후 불송치 기록을 보낸 것이다.

캐비넷 속에 잠든 사건, 공소시효는 그 사이 흘렀다

대전지검 서잔지청 전경
대전지검 서잔지청 전경 /사진=연합뉴스

사건의 경위는 이렇다. 서산지청은 2021년 1월과 2월, 음주운전 두 건에 대해 각각 블랙박스 시간 불일치 확인과 참고인 재조사를 요구하는 보완수사를 경찰에 통보했다. 그러나 당시 전산시스템 미비로 누락된 기록이 공용 캐비넷에만 보관됐고, 전산 입력은 이뤄지지 않았다.

혈중알코올농도 0.131%로 면허취소 기준을 훌쩍 넘긴 음주운전자를 포함한 이 두 사건은 단순 음주운전의 공소시효인 5년이 경과하면서 사실상 처벌이 불가능해졌다. 나머지 사기 사건 두 건은 공소시효가 남아 있으나, 오랜 시간이 지나 증거 확보가 어렵다는 평가다.

방치는 이 사건만의 문제가 아니다

2025년 상반기 보완수사 요구 현황
2025년 상반기 보완수사 요구 현황 /사진=토픽트리

개별 사건의 실수처럼 보이지만, 수치를 들여다보면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다. 2025년 상반기 기준 전국 보완수사 요구 건수는 5만 2,083건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현행 수사준칙이 정한 3개월 기한을 넘긴 사건은 23.5%(1만 2,256건)에 이른다.

세부적으로는 3~6개월이 걸린 사건이 16.2%(8,429건), 6개월을 초과하거나 아예 이행되지 않은 사건도 7.3%(3,827건)로 집계됐다. 연간 기준으로는 2025년 한 해 동안 보완수사 요구가 11만 623건을 기록하며 역대 최다를 경신했는데, 이는 전체 송치 건수 중 약 7건에 1건꼴이다.

현행 수사준칙은 2023년 10월 개정을 통해 경찰이 보완수사 요구를 받은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이행하도록 의무화했지만, 규정 시행 이후에도 현장 준수율은 여전히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도가 생겼지만 현장은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20일 만취 운전자가 경찰차와 택시, 승용차를 들이받은 사고
지난 20일 만취 운전자가 경찰차와 택시, 승용차를 들이받은 사고 /사진=전북경찰청

전문가들은 규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보완수사 요구 건수 자체가 해마다 늘어나는 상황에서, 기한 내 이행을 강제할 실질적 제재 수단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이번에 드러난 서산지청 사례처럼, 전산 미입력이라는 단순 행정 누락이 수년간의 방치로 이어지고 결국 처벌 공백을 낳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수사 절차에 대한 신뢰는 결과뿐 아니라 과정에서도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이 문제는 단순한 행정 실수로 넘기기 어렵다.

경찰과 검찰 양측의 책임 소재가 맞물려 있는 만큼, 이행 현황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는 전산 관리 체계를 갖추는 것이 재발 방지의 출발점이 될 전망이다. 개별 사건의 피해자와 피의자 모두 신속한 수사 결론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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