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이렇게까지 해야겠어?”… 정부가 꺼낸 배달 오토바이 ‘실험’, 이제 다 잡는다

by 서태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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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오토바이, 전면 번호판 스티커 부착
이륜차 5천 대 대상 1년간 시범 시행
보험료 할인, 정비 혜택 등 제공

신호를 무시하고 횡단보도를 질주하며, 인도 위를 아슬아슬하게 곡예 주행하는 배달 오토바이. 우리 모두에게 익숙하지만 해결되지 않던 이 도로 위 무법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마침내 칼을 빼 들었다.

배달 오토바이
배달 오토바이 / 사진=연합뉴스

국토교통부는 오늘(30일), 오는 10월부터 1년간 영업용 이륜차 5,000대를 대상으로 ‘전면번호 스티커 부착 시범사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는 후면에만 있어 식별이 어려웠던 번호판을 전면에도 부착해 단속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강력한 의지 표명이다.

영업용 이륜차 전면번호 스티커 안
영업용 이륜차 전면번호 스티커 안 / 사진=국토교통부

이번 시범사업의 핵심은 ‘스티커’라는 방식에 있다. 현재 이륜차 번호판은 뒤쪽에만 달려있어, 교통법규 위반 시 캠코더나 블랙박스로 촬영해도 번호를 식별하기가 거의 불가능했다.

이에 전면 번호판 도입 요구가 끊이지 않았지만, 금속판 형태의 번호판은 충돌 시 보행자에게 치명적인 상해를 입힐 수 있는 ‘흉기’가 될 수 있다는 안전 문제와 공기저항으로 인한 주행 안정성 저하라는 기술적 문제에 부딪혀왔다.

국토부는 단속 강화와 안전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금속판 대신 탈부착이 용이하고 안전한 스티커 방식을 ‘사회적 실험’의 도구로 선택한 것이다.

배달의민족 배달용 오토바이
배달의민족 배달용 오토바이 / 사진=연합뉴스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에서 진행된다. 참여를 원하는 배달 오토바이 등 운전자는 다음 달 1일부터 위드라이브 모바일 앱을 통해 신청할 수 있으며, 선발된 5,000명에게는 라이딩 가이언즈(Riding Guardians)라는 이름과 함께 실질적인 혜택이 주어진다.

유상운송 공제 보험료 1.5% 할인, 엔진오일 무상 교환, 연 4만 원 상당의 모바일 쿠폰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처벌 위주의 단속을 넘어 안전운행 문화를 확산시키겠다는 복안이다.

국토부는 이와는 별개로, 내년 3월부터는 모든 이륜차의 후면 번호판 크기를 키우고 지역명이 사라진 전국 단위 번호 체계를 도입하는 등 이륜차 관리 시스템 전반에 대한 수술을 예고하고 있다.

배달 오토바이
배달 오토바이 / 사진=

결국 이번 ‘전면번호 스티커’ 실험의 성패는 현장의 운전자들에게 달렸다. 5,000명의 ‘라이딩 가이언즈’가 실제로 교통법규 준수율을 높이고 사고율을 줄이는 긍정적인 효과를 보여준다면, 이는 대한민국 이륜차 교통 문화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다.

국토부는 1년간의 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해 향후 제도화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쇠사슬’ 같은 강제 규제가 아닌, ‘스티커’라는 자율적 약속이 도로 위 질서를 바로잡을 수 있을지, 우리 사회 전체의 중요한 시험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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