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석엔 초등생 아들, 기어는 ‘D’”… 부모는 ‘잠깐’ 앉혔을 뿐이라 변명

by 서태웅 기자

발행

수정

차 운전석에 아이 앉힌 사진
기어 D상태, 사고 가능성 높았던 상황
도로교통법·아동복지법 모두 위반 소지

“남자아이라 그런지 운전대만 보면 환장해요. 빨간불일 때 잠깐 앉혀봤어요.” 지난 26일, 300만 회원이 활동하는 대형 맘카페에 올라온 평범해 보이는 이 글과 사진 한 장이 대한민국 온라인 커뮤니티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초등생 운전석 탑승 논란
초등생 운전석 탑승 논란 / 사진=토픽트리DB

사진 속에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어린 아들이 도로 위 자동차 운전석에 앉아 핸들을 잡고 있었다. 부모에게는 ‘귀여운 아들의 순간’이었을지 모르지만, 수많은 네티즌이 경악한 이유는 사진 속에 담긴 치명적인 위험의 신호들 때문이었다.

초등생 운전석 탑승 논란
초등생 운전석 탑승 논란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속 차량의 계기판은 시속 0km를 가리키고 있었지만, 기어는 언제든 출발 가능한 ‘D(주행)’ 상태에 놓여 있었다. 이는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는 순간 차가 튀어 나갈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임을 의미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이다. 만약 신호 대기 중 후방 차량이 추돌이라도 했다면, 운전석에 앉은 아이는 부모의 ‘인간 에어백’이 되어 모든 충격을 흡수하거나, 성인 기준으로 터지는 에어백의 폭발적인 힘에 의해 목뼈 골절 등 더 치명적인 2차 상해를 입을 수 있다.

초등생 운전석 탑승 논란
초등생 운전석 탑승 논란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장난과 범죄는 종이 한 장 차이다. 이 사건은 단순한 부주의를 넘어 명백한 실정법 위반에 해당한다. 우선 도로교통법 제39조는 ‘영유아를 안고 운전 장치를 조작하는 행위’를 금지하며, 위반 시 2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법적 책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 무서운 것은 아동복지법이다. 아동복지법 제17조는 아동의 신체 건강을 해치는 학대 행위나 기본적인 보호를 소홀히 하는 방임 행위를 아동학대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 중범죄다.

초등생 운전석 탑승 논란
초등생 운전석 탑승 논란 / 사진=토픽트리DB

이번 사건은 비단 한 개인의 일탈로만 볼 수 없다. 이는 자녀의 모든 순간을 전시하고 ‘좋아요’로 인정받으려는 일부 SNS 속 부모들의 그릇된 과시 문화가 낳은 비극적 단면이다.

아이의 안전이라는 절대적 가치가, 순간의 관심과 인정을 받으려는 부모의 이기심 앞에 무너져 내린 것이다. 논란이 거세지자 게시물은 삭제됐지만, 우리 사회에 깊은 상처와 숙제를 남겼다. 아이의 안전은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SNS 과시를 위한 소품은 더더욱 아니다.

전체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