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벤츠코리아에 과징금 112억 부과
CATL 배터리 홍보, 실제 탑재는 파라시스 논란
인천 청라 EQE 화재 사건 계기로 사실 확인
전기차 구매자들이 차종만큼이나 배터리 제조사를 꼼꼼히 따지는 시대다. 배터리 성능이 주행거리와 안전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잡으면서, 어떤 배터리를 넣었는지가 구매 결정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바로 이 점을 노린 기만 행위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제재를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월 10일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독일 본사를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적발해 과징금 112억 3,900만 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CATL의 명성을 빌려 파라시스를 팔다

벤츠가 활용한 방식은 단순하지만 치밀했다. 2023년 6월 딜러들에게 배포한 판매지침에는 “벤츠가 CATL을 선택한 이유”, “업계 최고의 기술력”, “전 세계 시장점유율 1위” 같은 문구가 담겼다. 소비자가 배터리 제조사를 물어오면 CATL의 우수성을 강조하도록 지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문제는 EQE 6개 모델 중 4개, EQS 7개 모델 중 1개에는 실제로 CATL이 아닌 파라시스 배터리가 탑재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CATL의 2025년 글로벌 EV 배터리 점유율은 39%로 압도적인 1위인 반면, 파라시스는 글로벌 10위권에도 들지 못하는 업체로 점유율이 1~2% 수준에 불과하다.
딜러들 역시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벤츠코리아가 딜러에게도 파라시스 탑재 정보를 숨겼기 때문으로, 딜러는 기망의 도구이자 피해자였던 셈이다.
화재 차량에서 파라시스가 나왔다

이 구조가 드러난 계기는 2024년 8월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벤츠 EQE 화재였다. 당초 CATL 배터리를 탑재한 것으로 알려져 있던 차량이었지만, 화재 이후 실제로는 파라시스가 탑재된 것이 확인됐다.
파라시스는 2021년 BAIC그룹(북경기차)이 특정 조건에서 화재 위험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해당 배터리 탑재 차량을 리콜한 이력이 있는 업체다. 벤츠 판매지침에는 이 리콜 이력도 물론 언급되지 않았다.
공정위가 과징금을 관련 매출액의 4%라는 법정 최대 부과 기준율로 산정한 배경이다. 2023년 6월부터 2024년 8월까지 이 방식으로 판매된 차량은 약 3,000대, 판매금액은 약 2,810억 원에 달한다.
정보 공개 이후 판매량이 입증한 것

공정위에는 “CATL 탑재 차량인 줄 알고 샀다”는 소비자 민원이 90건 이상 접수됐다. 벤츠코리아가 2024년 8월 딜러사에 차량별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공개하자, 파라시스 탑재 모델의 판매량은 CATL 탑재 모델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소비자들이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시장이 직접 보여준 결과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을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정보 은폐에 대한 국내 첫 제재 사례로 규정했다.
전기차 시장에서 배터리 정보 투명성 요구가 높아지는 흐름 속에서, 이번 제재가 업계 전반의 정보 공개 관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전기차 구매를 앞두고 있다면 계약 전 배터리 제조사와 모델별 탑재 현황을 직접 확인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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