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 미달 시 운전면허 박탈”… 70세 이상 운전자에 ‘이 시험’ 도입한다

by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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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70세 이상 고령 운전자 시력검사 도입
기준 미달 시 가차 없이 운전면허 박탈
한국도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

영국이 ‘70세 이상 운전자 의무 시력검사’라는 칼을 빼 들었다. 검사에 탈락하면 운전대를 즉시 반납해야 한다. 이는 초고령사회를 눈앞에 둔 대한민국에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진다.

고령 운전자 예시
고령 운전자 예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현재 ‘운전면허 자진 반납’이라는 소극적 대책에만 머물러 있는 우리는, 도로 위 안전을 위해 언제까지 고령 운전자 문제를 외면할 수 있을까?

영국 정부가 20여 년 만에 도로 안전 법규 대수술에 나선 배경에는 충격적인 데이터가 있다. 60세 이상 운전자가 연루된 중상 이상 교통사고가 2010년 이후 47%나 급증한 것이다.

이에 따라 3년마다 면허를 갱신하는 70세 이상 운전자에게 의무적으로 시력검사를 부과하고, 기준에 미달하면 면허를 박탈하는 강경책을 꺼내 들었다.

교통안전교육 기다리는 고령 운전자들
교통안전교육 기다리는 고령 운전자들 /사진=연합뉴스

영국의 고민은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 역시 65세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가 500만 명을 돌파했고, 이들이 가해자인 교통사고는 최근 5년간 45%나 급증하며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하지만 우리의 대응 방식은 영국과 결이 다르다.

현재 만 75세 이상 운전자는 3년마다 인지능력검사를 포함한 적성검사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지만, 이 결과가 면허 취소로 직결되지는 않는다.

대신, 각 지자체는 10만 원 상당의 교통카드나 지역화폐를 지급하며 ‘운전면허 자진 반납’을 유도하는 소극적인 정책에 머물러 있다.

작년 9월 70대 운전자의 승용차가 가게에 돌진해 1명이 숨진 사고
작년 9월 70대 운전자의 승용차가 가게에 돌진해 1명이 숨진 사고 /사진=연합뉴스

이 때문에 ‘면허 반납’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운전이 생계와 직결된 노인들에게 ‘10만 원’은 운전대를 포기할 충분한 유인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조건부 운전면허’ 제도다. 고속도로나 야간 운전을 금지하거나, 첨단 안전장치가 장착된 차량만 운전하도록 허용하는 등, 개인의 이동권을 최대한 보장하면서도 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갈수록 늘어나는 65세 이상 고령인구
갈수록 늘어나는 65세 이상 고령인구 /사진=연합뉴스

영국의 이번 개편안은 우리에게 중요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고령 운전자의 이동권을 존중하는 것과 불특정 다수의 안전을 지키는 것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균형점을 찾아야 할까.

너도나도 차일피일 미루는 사이 운전대 위의 시한폭탄이 터지기 전에, 우리 사회의 진지한 고민과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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