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치매 운전자 95%가 ‘면허 유지’
‘6개월 이상 입원’해야 적성검사 의무
작년 ‘목동 참사’는 예고된 비극
지난해 12월, 서울 목동 시장을 덮쳐 13명의 사상자를 낸 70대 운전자는 초기 치매 환자였다. 하지만 그는 합법적으로 운전면허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 비극은 개인의 일탈이 아닌, ‘도로 위 시한폭탄’을 방치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허술한 고령 운전자 관리 시스템이 낳은 예고된 인재(人災)였다.

최근 공개된 통계에 따르면, 치매 진단을 받고도 운전면허를 유지하는 비율이 9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제2, 제3의 ‘목동 참사’에 대한 사회적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명옥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는 충격적이다. 지난해 치매 판정으로 운전적성판정위원회의 심의를 받은 1,235명 중, ‘운전 불가’로 면허가 취소된 사람은 단 58명(4.7%)에 불과했다.
무려 1,177명(95.3%)은 ‘운전 가능’ 또는 ‘1년 뒤 재검사’라는 조건으로 운전대를 계속 잡을 수 있게 됐다. 이러한 경향은 지난 3년간 꾸준히 이어져 왔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문제는 도로교통법의 치명적인 허점에 있다. 현행법은 치매를 운전면허 결격 사유로 규정하면서도, ‘6개월 이상 입원 치료’를 받은 환자에 대해서만 수시 적성검사를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초기 치매 환자는 통원 치료를 받는다. 목동 사고의 가해자처럼, 인지 능력이 운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정도로 저하됐음에도, 입원 이력이 없다는 이유로 단 한 번도 전문적인 운전 적성 검사를 받지 않는 법적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것이다.

설령 수시 적성검사를 받게 되더라도, 면허를 유지하는 비율이 95%에 달한다는 것은, 현재의 ‘운전적성판정위원회’ 심의가 사실상 요식행위에 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단순한 문답과 신체 검사만으로는, 시시각각 변하는 도로 상황에 대한 복합적인 인지 및 판단 능력을 제대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계에서는 실제 주행 시뮬레이터 테스트나, 신경심리학적 검사를 포함하는 등, 더 과학적이고 정밀한 판정 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물론, 치매 진단이 곧바로 운전 능력 상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대중교통이 부족한 지역에서 운전면허는 고령층의 ‘이동권’과 직결된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단 한 번의 사고가 13명의 사상자를 낳는 끔찍한 비극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개인의 이동권보다 다수의 생명과 안전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6개월 입원’이라는 비현실적인 법규를 현실에 맞게 개정하고, 운전 능력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기준을 마련하는 것. 이것이 ‘목동 참사’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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