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제네시스 타세요”… 아슬란·스팅어 이어 단종설 불거진 국산 플래그십 세단

신재현 기자

발행

SUV 비중 60% 근접하며 세단 시장 축소
쏘나타 판매의 약 31%가 택시 수요
K9 판매 급감으로 2026년 단산 가능성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세단의 입지가 빠르게 좁아지고 있다. 2020년 SUV에 처음으로 역전당한 이후 격차는 해마다 벌어졌으며, 최근에는 SUV 비중이 60%에 근접한 반면 세단은 30%대로 밀려났다.

세단 판매량 급감
기아 K9 / 사진=기아

판매 부진이 이어지면서 라인업 축소도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아슬란이 출시 4년 만에 단종됐고, 스팅어는 2023년 생산을 마쳤다. 기아의 플래그십 세단 K9도 2026년 말 단산이 내부적으로 검토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쏘나타 판매 3대 중 1대는 택시였다

현대차 쏘나타 택시
현대차 쏘나타 택시 / 사진=현대자동차

1985년 첫 출시 이후 누적 900만 대를 넘긴 쏘나타조차 개인 수요 이탈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2025년 쏘나타 연간 판매량은 5만 3,383대였으나, 이 가운데 1만 6,465대(31%)가 영업용 택시였다. 사실상 판매량의 3분의 1을 택시 시장에 기대고 있는 셈이다.

개인 구매자들이 SUV로 이탈하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대중 세단의 수요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특히 시야 확보, 적재 공간, 활용성 측면에서 SUV를 선호하는 소비자층이 두꺼워지면서 세단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지는 추세다.

K9, 2018년 1만 대에서 2025년 1,710대로

기아 K9
기아 K9 / 사진=기아

프리미엄 세단 시장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기아 K9은 2세대 출시 직후인 2018년 연간 1만대 이상 팔렸으나 이후 해마다 판매가 줄었다. 2020년 8,065대, 2023년 3,809대, 2024년 2,398대에 이어 2025년에는 1,710대까지 내려앉았다.

7년 만에 판매량이 80% 가까이 줄어든 셈으로, 기아는 2026년 말 단산을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공식 발표는 아직 없는 상태다.

제네시스 G70도 월 100대 안팎의 판매에 머물고 있다. 같은 제네시스 라인업에서 GV80·GV70 등 SUV 모델이 브랜드 판매를 이끄는 구조와 대비된다.

전동화 전환이 세단 투자 우선순위를 밀어냈다

기아 EV3
기아 EV3 / 사진=기아

세단 부진의 배경에는 소비자 선호 변화만 있는 게 아니다.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SUV 중심으로 신차 개발 자원을 집중하면서 세단의 투자 우선순위가 뒤로 밀리고 있다.

신차 출시 일정을 보면 크로스오버와 전동화 모델이 대부분을 차지하며, 세단을 위한 신규 플랫폼 투자는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슬란과 스팅어의 단종도 같은 맥락이다. 판매 부진이 확인되면 수익성 논리에 따라 라인업을 정리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으며, K9이 그 다음 순서를 밟고 있는 형국이다.

판매 모델에서 상징으로 남을까

제네시스 G70
제네시스 G70 / 사진=제네시스

세단 시장의 구조적 위축은 단기간에 되돌리기 어려운 흐름이다. SUV와의 비중 격차가 30%포인트 가까이 벌어진 상황에서 대중 세단이 과거의 위상을 회복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다만 완전한 소멸보다는 고급 세단 중심의 재편 가능성이 높다. 제네시스 라인업처럼 프리미엄 포지셔닝을 유지하는 모델은 판매 규모보다 브랜드 상징 역할로 존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단이 대중의 선택지에서 브랜드의 얼굴로 역할을 바꾸는 시대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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