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족인데 왜 대물입니까?”… 보호자들 울린 현실, 드디어 바뀐다

by 서태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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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사고 시 반려동물도 보장
반려동물 교통사고 위로금 특약 출시
사고 시 반려동물 최대 100만 원 보장

반려인구 1,500만 시대. 강아지, 고양이는 더 이상 애완동물이 아닌 가족의 일원, 즉 펫팸족으로 불린다. 하지만 이들과 함께 차를 타고 가다 사고가 나는 순간, 가족이라 믿었던 반려동물은 대한민국 법체계 안에서 차갑고 단단한 ‘물건’으로 돌변한다.

교통사고 발생 시 반려동물 피해
교통사고 발생 시 반려동물 피해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수백만 원의 치료비가 나와도 “분양가 이상은 못 준다”는 보험사의 답변 앞에서 수많은 반려인이 좌절하는 이유다. 이 거대한 법적 공백을 메우기 위해 지난해 보험사들이 위로금 특약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1년이 지난 지금 근본적인 문제 해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려동물 교통사고
반려동물 교통사고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문제의 핵심은 민법상 동물이 ‘재산’으로 규정된다는 점에 있다. 교통사고 발생 시 반려동물의 피해는 대물배상, 즉 물건의 손괴로 처리된다. 원칙적으로 물건의 수리비(치료비)는 그 물건의 가치(분양가)를 넘을 수 없기에, 보험사들은 이 논리를 앞세워 고액의 치료비 지급을 거부해왔다.

하지만 사법부는 조금씩 다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8년 대전지방법원 판결이다. 재판부는 “반려견은 소유자가 정신적인 유대와 애정을 나누는 생명을 지닌 동물”이라며, 분양가를 훌쩍 넘는 치료비 약 580만 원 전액은 물론, 소유주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250만 원까지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DB손해보험 '반려동물 교통사고 위로금 특약'
DB손해보험 ‘반려동물 교통사고 위로금 특약’ / 사진=DB손해보험

이러한 배경 속에서 DB손해보험과 AXA손해보험은 2024년 7월, 반려동물 교통사고 위로금 특약을 시장에 선보였다.

사고로 함께 탄 반려동물이 다치면 최대 50만 원, 사망하면 최대 100만 원의 위로금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이는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인정하는 사회적 변화에 보험업계가 응답한 의미 있는 첫걸음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이는 실손 치료비를 보장하는 것이 아닌 정액의 위로금 형태로, 수백에서 수천만 원에 달할 수 있는 실제 치료비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한계 또한 명확하다.

반려동물 카시트
반려동물 카시트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더 근본적인 문제는 안전에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차량에 반려동물 동승 시 운전자 주의 분산 등으로 사고 위험이 4.7배나 증가한다. 하지만 국내 도로교통법상 반려동물 전용 안전장치(이동장, 안전벨트 등) 착용은 여전히 ‘권장 사항’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 뉴저지주는 안전장치 없이 반려동물을 태우면 최대 1,000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고,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도 안전벨트 착용을 법제화했다. 사고가 난 뒤 보상도 중요하지만, 사고 자체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시급한 것이다.

교통사고 발생 시 반려동물 피해
교통사고 발생 시 반려동물 피해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결국 위로금 특약의 등장은 우리 사회가 반려동물을 대하는 인식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가족으로 여기는 따뜻한 마음과, 재산으로 취급하는 차가운 법규 사이의 간극을 임시방편으로 메우고 있는 셈이다.

진정으로 반려동물을 동반자로 인정하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보험 상품의 발전을 넘어 반려동물의 법적 지위를 재정립하는 사회적 합의와 안전장치 의무화와 같은 제도적 뒷받침이 함께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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