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로 정속 주행 싹 사라진다”… 정부, 차선 사이에 ‘벽’ 세워버리는 초강수 도입

by 김민규 기자

발행

국토교통부, ‘장거리 전용 차로’ 도입
1차로 정속 주행·끼어들기 원천 봉쇄
혁신적이 한국형 도로 혁명 통할까

주말마다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대한민국 고속도로의 만성 정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계도나 단속이 아닌 ‘도로 구조’ 자체를 뜯어고치는 파격적인 실험에 나선다.

고속도로에 '장거리 전용 차로' 도입
고속도로에 ‘장거리 전용 차로’ 도입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동안 운전자의 양심이나 단속 카메라에 의존해왔던 1차로 정속 주행이나 출구 앞 끼어들기 관행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드는 ‘장거리 전용 차로’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단순히 페인트로 차선을 긋는 수준을 넘어, 도로 중간에 물리적인 분리대를 설치해 장거리 주행 차량과 단거리 진출입 차량의 동선을 강제로 분리하겠다는 ‘한국형 교통 혁명’의 신호탄이다.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국토교통부가 꺼내 든 이 카드의 핵심은 고속도로 정체의 주범으로 꼽히는 ‘위빙(Weaving)’ 현상을 원천 차단하는 데 있다. 위빙이란 나들목(IC)이나 분기점(JC) 인근에서 진입하는 차량과 빠져나가려는 차량이 뒤엉키며 X자로 교차하는 현상을 말한다.

특히 출구를 코앞에 두고 1차로에서 4차로까지 급하게 차선을 변경하는 이른바 ‘칼치기’ 차량 한 대가 발생하면, 그 여파로 뒤따르던 수십, 수백 대의 차량이 줄줄이 브레이크를 밟으며 유령 정체가 발생하게 된다. 정부는 이런 무질서한 차선 변경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환경을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고속도로에 '장거리 전용 차로' 도입
고속도로에 ‘장거리 전용 차로’ 도입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새롭게 도입될 도로는 중앙에 물리적인 분리대가 설치되어, 안쪽의 ‘장거리 전용 차로’와 바깥쪽의 ‘단거리 차로’가 완전히 나뉜 형태가 된다. 마치 고속도로 안에 또 하나의 ‘급행 도로’가 생기는 셈이다. 운전자는 고속도로 진입 단계에서부터 자신의 목적지에 따라 차로를 미리 선택해야 한다.

일단 장거리 전용 차로인 상위 차선에 진입하면, 일정 구간 동안은 물리적으로 하위 차로로 넘어갈 수 없다. 즉, “아차, 여기로 나가야 하는데”라며 급하게 핸들을 꺾는 행위 자체가 불가능해지며, 안쪽 차로는 방해물 없이 일정한 속도로 시원하게 달릴 수 있게 된다.

고속도로에 '장거리 전용 차로' 도입
고속도로에 ‘장거리 전용 차로’ 도입 /사진=연합뉴스

이는 철저한 규범과 시민 의식에 의존하는 유럽이나 일본과는 완전히 다른 접근법이다. 독일 아우토반은 ‘추월 차로 비워두기’ 규범이 철저히 지켜지고, 프랑스는 가변 속도 제한 시스템을 활용하는 등 소프트웨어적인 관리에 집중한다.

반면 한국 정부가 선택한 방식은 ‘하드웨어적 강제’다. 이는 운전자들의 자발적인 매너 준수를 기대하기 어려운 한국의 도로 현실을 반영한 고육지책이자, 복잡하게 얽힌 국내 고속도로 구조에 맞춘 현실적인 해법으로 풀이된다.

고속도로에 '장거리 전용 차로' 도입
고속도로에 ‘장거리 전용 차로’ 도입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 번 차로를 잘못 선택하면 목적지를 지나쳐 수십 킬로미터를 돌아와야 하는 ‘강제 직진’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장거리 차량이 모두 안쪽으로 빠져나가면, 나들목이 잦은 하위 차로에만 차량이 몰려 또 다른 병목 현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내비게이션 안내 시스템의 대대적인 개편과 운전자들의 혼란을 줄일 정교한 설계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자칫 ‘길 잃은 운전자’들의 민원 폭탄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책은 한국 고속도로 운영의 패러다임을 바꿀 거대한 전환점임은 분명하다. “속도 좀 내려면 앞차가 막고, 나가려면 옆차 가 끼어드는” 고구마 같은 운전 환경이, 이번 ‘철벽 차로’ 도입으로 사이다처럼 뚫릴 수 있을지 2,500만 운전자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전체 댓글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