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유가 위기 속에 도입된 석유 최고가격제의 작동 원리와 향후 소비자 물가에 미칠 정책적 변수를 면밀히 분석합니다.

핵심 사항
- 정부가 30년 만에 석유 최고가격제를 도입해 국내 기름값 상승폭을 해외 대비 낮게 억제 중입니다.
- 정유사 손실 보전을 위해 국민 세금 4조 2,000억 원이 2026년 추가경정예산으로 편성됐습니다.
- 복잡한 손실 산정 절차로 인해 정산이 지연될 경우 정유사의 현금흐름이 악화될 우려가 있습니다.
중동 사태 이후 국제 유가가 요동치면서 전 세계 소비자들이 기름값 충격에 시달리고 있다. 유럽에서는 세전 경유가 리터당 3,500원을 넘어서며 일상적인 이동 비용이 크게 늘었고, 물가 전반에도 여파가 미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같은 기간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억제된 이례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약 30년 만에 석유 최고가격제를 부활시킨 결과다. 산업통상부는 지난 3월 13일 0시를 기해 정유사 도매 공급가에 상한선을 설정하는 이 제도를 시행했으며, 이후 2주 단위로 상한가를 조정하며 운영 중이다.
유럽과 8배 차이, 최고가격제가 만든 격차

미국의 이란 공습 전후 국제 경유 가격은 배럴당 92.6달러에서 153.2달러까지 1주일 만에 65.4% 급등했다. 같은 기간 유럽 경유는 32% 폭등했지만, 한국의 상승폭은 8%에 그쳤다. 최고가격제가 국내 가격 급등을 직접적으로 틀어막은 셈이다.
그 결과 오피넷 OECD 국가별 석유제품 가격(세전) 기준, 3월 마지막 주 한국 세전 경유는 리터당 1,175원으로 OECD 회원국 중 일본(1,116원)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OECD 평균(2,052원)의 절반을 밑도는 수치이며, 유럽 20개국 평균(3,538.7원, 3월 넷째 주 기준)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소비자 가격은 3월 넷째 주 전국 평균 1,816원을 기록했으며, 4월 9일 서울은 리터당 2,000원을 돌파했고, 전국 평균도 2,000원에 근접한 상태다.
추경 4조 2천억, 손실 산정은 여전히 ‘난항’

최고가격제의 구조적 핵심은 정유사 손실을 예산으로 보전한다는 점이다. 정부는 2026년 추가경정예산에 4조 2,000억원을 배정했으며, 나프타 수급 안정(4,695억원)과 국가 석유 130만 배럴 추가 비축(1,584억원)도 함께 편성했다.
정유사 수출 물량은 전년 수준 이내로 제한되고, 국내 공급 물량은 전년의 90% 이상을 유지해야 하는 의무도 부과됐다. 문제는 손실 산정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정유사가 원가 기반으로 손실액을 자체 산정하면, 회계법인이 이를 검증하고 최고가격 정산위원회가 재검증한 뒤 분기별로 보전 여부를 결정하는 다단계 구조다.

1997년 이후 전례가 없는 방식이어서 정부와 정유사 모두 경험이 없고, 산정 지연 시 정유사 현금흐름에 압박이 가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격 안정을 위해서 사실은 국민 여러분께서 내시는 세금으로 누르고 있는 것이다”라고 발언해 사실상의 폭탄 돌리기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석유 최고가격제는 단기적으로 소비자 부담을 줄이는 효과를 냈지만, 지속 가능성에 대한 물음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재정 투입과 정유사 손실 산정 간 간극이 해결되지 않으면 제도 운영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기름값 부담이 줄었다고 안심하기보다는 향후 정산 결과와 정책 지속 여부를 주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도매 공급가 상한이 주유소 소매가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어, 가격 모니터링도 꾸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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