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한 방울 안 받고 가격만 올렸다”… 단속 24일 만에 71곳 무더기 적발된 ‘얌체 주유소’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직후 위반 사례 적발
산업부·공정위 등 범부처 합동 단속
신규 입고 없이 가격만 올린 주유소 확인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30년 만에 부활한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되자마자 이를 악용하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정부는 3월 6일부터 29일까지 24일간 전국 주유소 3,679곳을 대상으로 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공정거래위원회·국세청·경찰청이 참여하는 범부처 합동 점검을 실시했다.

7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 가격
7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 가격 /사진=연합뉴스

그 결과 무려 71건의 위반 행위를 적발했다. 최고가격 인상 시점에 맞춰 판매 가격을 올리면서도 기존 저가 재고를 그대로 팔고 있던 사례가 핵심이었다.

인상 직후 기름 한 방울 안 받았는데 가격은 올렸다

주유소에서 주유 중인 운전자들
주유소에서 주유 중인 운전자들 /사진=연합뉴스

2차 최고가격제는 3월 27일 0시부터 시행됐다. 보통휘발유 리터당 1,934원, 자동차·선박용 경유 1,923원이 상한선으로 정해진 이 기준은 3월 13일 시행된 1차(휘발유 1,724원·경유 1,713원)보다 210원 높아진 것이다.

두 차례에 걸쳐 단계적으로 최고가격을 올린 구조다. 그런데 단속 과정에서 일부 주유소의 거래 일지를 확인한 결과, 2차 최고가격이 적용된 3월 27~28일 동안 기름을 한 방울도 입고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기존의 저가 재고를 그대로 보유한 상태에서 최고가격 인상 시점을 기회로 삼아 판매 가격만 끌어올린 것이다. 광주에서는 주유소 3곳이 미등록 저장시설에 기름을 비축해온 사실도 적발됐다.

최고가격이 올라도 유류세는 함께 내렸다

주유소에서 주유 중인 운전자
주유소에서 주유 중인 운전자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최고가격을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동시에 유류세 인하 조치도 병행했다는 점은 짚어둘 필요가 있다. 2차 최고가격 시행과 함께 휘발유 유류세 인하율은 7%에서 15%로 확대돼 리터당 65원이 추가로 내려갔고, 경유는 10%에서 25%로 인하율이 넓어지며 리터당 87원이 추가 인하됐다.

최고가격 자체가 높아졌더라도 유류세 인하분이 실제 소비자 부담을 일부 상쇄하는 구조다. 또한 2차 최고가격제에서는 선박용 경유가 리터당 1,352원 상한으로 신규 편입됐는데, 어민과 화물선의 유류비 부담을 직접 완화하기 위한 조치다.

재고 일일 점검까지 검토, 제도의 빈틈을 좁힌다

알뜰 주유소에 직접 방문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알뜰 주유소에 직접 방문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이번 단속에서 적발된 주유소에 대해 석유사업법에 따른 영업정지·과징금 등 행정처분 절차에 나설 계획이며, 부정 거래가 의심되는 주유소의 재고를 매일 확인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최고가격제는 정유사가 일정 가격 이하로 주유소에 공급하도록 강제하는 구조인 만큼, 중간 유통 단계에서 발생하는 편법을 제도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다음 과제로 남는다.

주유소에서 주유 중인 운전자
주유소에서 주유 중인 운전자 /사진=연합뉴스

30년 만에 꺼내든 가격 통제 수단이 실효를 거두려면 공급 단계의 통제와 유통 단계의 감시가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 단속 건수보다 중요한 것은 적발 이후 처분이 실제로 이뤄지는지, 그리고 재발을 막는 상시 모니터링 체계가 갖춰지는지다.

주유소를 이용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오피넷 등 공개된 가격 비교 수단을 통해 주변 주유소 가격을 직접 확인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현실적인 대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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