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차는 언제지?”… 중동 사태에 15년 만에 부활한 ‘차량 5부제’ 민간까지 확대

김민규 기자

발행

공공부문 차량 5부제 시행, 에너지 절약 정책 본격화
중동 사태 여파로 자원안보 ‘주의’ 경보 발령
의무 시행 첫날 삼성·SK·금융권까지 자발적 동참

에너지 안보가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중동 사태 장기화로 원유 관련 자원안보위기 ‘주의’ 경보가 발령되면서 정부가 에너지 절약 대응계획을 본격 가동했고, 그 첫 번째 조치로 15년 만에 공공부문 승용차 차량 5부제가 부활했다.

창원중부경찰서 주차장 입구에 세워진 차량 5부제 표지판
창원중부경찰서 주차장 입구에 세워진 차량 5부제 표지판 /사진=연합뉴스

지난 3월 25일 0시를 기점으로 의무 시행에 들어간 가운데, 민간부문까지 확대되고 있으며 재계와 금융권까지 잇따라 동참을 선언하면서 이례적인 에너지 절약 연대가 형성되고 있다.

2011년 이후 처음 꺼낸 카드, 이번엔 징계까지

군포시청 차량 5부제 실시
군포시청 차량 5부제 실시 /사진=연합뉴스

공공부문 차량 5부제는 번호판 끝자리에 따라 요일별 운행을 제한하는 제도다. 월요일엔 1·6번, 화요일엔 2·7번, 수요일엔 3·8번, 목요일엔 4·9번, 금요일엔 5·0번으로 배정되며 공공기관 공용차는 물론 임직원 출퇴근 차량까지 적용된다.

전기차와 수소차, 장애인용 차량, 임산부·미취학 아동 동승 차량은 공식 제외 대상이다. 이번 시행이 과거와 다른 점은 강도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반복 적발 시 징계 처분을 명시하면서 사실상 이행을 강제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질했다.

에너지 위기 경보가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될 경우 민간 의무화 전환도 검토된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단계적 압박의 시작점으로 볼 수 있다.

485개 한경협 회원사, 삼성·SK까지 움직였다

차량 5부제를 적용한 첫날의 부산 해운대구청 주차장
차량 5부제를 적용한 첫날의 부산 해운대구청 주차장 /사진=연합뉴스

민간의 반응은 예상보다 빠르게 나타났다. 한국경제인협회는 485개 회원사에 에너지 절감 참여를 요청했으며, HD현대와 GS그룹은 각각 차량 10부제와 5부제를 즉각 도입했다. 삼성은 차량 10부제에 동참했고 SK도 5부제·10부제를 병행 시행하는 방식을 택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역시 임직원 차량 5부제와 전력 절감 조치를 함께 시행하면서 산업계 전반으로 분위기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여기에 정부는 에너지 다소비 상위 50개 기업에 절감 계획 수립을 요청하면서, 달성 시 융자 우선 지원이라는 인센티브도 내걸었다.

은행장도 버스로 출근한 날, 금융권도 줄줄이 동참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주차장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주차장 /사진=연합뉴스

재계와 함께 금융권의 움직임도 눈길을 끈다. KB금융·하나금융·NH농협금융·우리금융 등 5대 금융그룹이 3월 25일부터 임직원 업무용 및 출퇴근 차량을 대상으로 5부제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일부 금융기관은 5부제 위반 차량에 주차 제한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실질적인 이행을 유도하고 있으며, 한국은행 등 공공 금융기관은 기존 5부제를 외부 차량까지 확대 적용했다.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원전 전경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원전 전경 /사진=연합뉴스

에너지 절약이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공급 측면에서도 보완책이 마련됐다. 정비 중이던 원전 5기가 5월까지 조기 재가동에 들어가고, 노후 석탄 발전소 3기의 가동 연장도 검토되고 있다.

차량 5부제는 불편한 제도다. 그러나 15년의 공백 끝에 다시 꺼내야 했다는 사실이 현재 에너지 상황의 심각성을 방증한다. 출퇴근 차량이 5부제 대상이라면 지금 당장 번호판 끝자리를 확인해두는 것이 현명하다.

전체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