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세금으로 中 기업 배 불렸다”… ‘무차별 보조금’이 부른 대참사

by 서태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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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버스 수입 3,000배 격차
中은 자국 우대 보조금, 韓은 무차별 지원
국산 전기버스, 시장 점유율 밀려

한국과 중국의 전기버스 무역이 일방적인 ‘완패’ 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부터 9년간 한국이 중국에 전기버스 1.7대분을 수출하는 동안, 국내 시장으로 밀려 들어온 중국산 전기버스는 5,260대분에 달한다.

현대차 일렉시티
현대차 일렉시티 / 사진=현대자동차

약 3,000배에 달하는 이 기형적인 격차는 중국의 보호무역 정책과 한국의 무차별적인 보조금 지급이 맞물린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단순한 수출입 수치가 아니라, 산업 주도권이 어느 쪽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명확한 신호다. 국산 기술 경쟁력이 보조금 정책 하나로 무력화되고 있는 현실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BYD 전기버스 eBus9
BYD 전기버스 eBus9 / 사진=BYD

이러한 불균형의 가장 큰 원인은 양국의 비대칭적인 보조금 정책이다. 중국은 자국산 배터리를 사용하지 않으면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철저한 자국 기업 우선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국산차와 수입차를 차별하지 않아 대당 1억 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중국산 전기버스에도 동일하게 지급해왔다.

그 결과, 중국 기업은 국내 시장 진입 장벽 없이 가격 경쟁력만으로 손쉽게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보조금 정책의 방향성이 국내 기업에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하는 역설적 구조가 된 셈이다.

현대차 일렉시티
현대차 일렉시티 / 사진=현대자동차

그 결과 한국은 중국의 전기버스 최대 수출 시장(전체 수출의 13.3%)이 되었고, 중국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국산 버스가 고가의 삼원계(NCM) 배터리를 쓰는 반면, 중국산은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사용해 대당 1억 원가량 가격 우위를 점한다. 수익성이 중요한 상용차 시장에서 이는 거부하기 힘든 유인이다.

특히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는 친환경 버스 구매 사업에서는 예산 부담이 큰 만큼, 저가 제품 선호가 뚜렷해 중국산의 채택이 잦다. 결과적으로 ‘저렴한 중국차 vs 비싼 국산차’라는 고착화된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하이거 아주르 7
하이거 아주르 7 / 사진=하이거 버스

문제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 부분까지 고려하면 더욱 심각하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산차 중에서도 중국산 핵심 부품(배터리 모듈)을 쓴 경우를 포함하면, 중국산 전기버스의 실질적인 시장 점유율은 60~70%에 달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실상 국내 시장의 주도권이 넘어갔다는 의미다.

이는 단순한 수입 완성차의 문제가 아니라, 공급망 전반에 중국 의존도가 높아졌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미래 전기 상용차 산업에서 기술 독립성과 전략적 자립 기반이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BYD 전기버스 eBus12
BYD 전기버스 eBus12 / 사진=BYD

전문가들은 정책적 대수술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업계 관계자는 “구매보조금 지침을 강화하고 제품 검사 인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직접적인 보조금 차등 지급이 통상 문제로 번질 수 있는 만큼, 김 교수는 “급속충전기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 시장 진입 비용을 높이는 간접적인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국내 기업들의 기술개발과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한 장기적 지원책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기적 처방이 아닌, 구조적 경쟁력을 키우는 정책 설계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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