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열흘 새 13.5조 계약 해지
배터리 3사 JV 해체·자산 매각
미국 세액공제 폐지·EU 정책 완화 직격탄
LG에너지솔루션이 열흘 사이 13.5조 원 규모의 대형 계약 두 건을 연쇄로 잃으면서, 한국 배터리 산업의 구조적 위기가 현실화됐다. 지난 16~17일 포드와의 9.6조 원 규모 배터리 공급 계약이 해지된 데 이어, 12월 26일에는 미국 배터리팩 제조사 FBPS와의 3.9조 원 계약마저 취소됐다.

LG에너지솔루션의 2024년 연 매출이 25.6조 원임을 고려하면, 월간 매출의 절반을 넘는 수주잔고가 열흘 사이에 증발한 셈이다.
문제는 LG만이 아니다. SK온은 포드와의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해체해 켄터키 공장은 포드에 넘기고 테네시 공장만 가져가기로 합의했다. LG는 혼다와의 합작회사 L-H 배터리 자산을 4.2조 원에 혼다 미국 법인에 매각했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 합작공장 일부 라인을 EV 배터리 대신 ESS(에너지저장장치)용으로 전환했다. 한국 배터리 3사가 동시다발적으로 북미 합작법인 구조를 뜯어고치고 자산을 매각하는 생존 전략으로 급선회한 것이다.
EV 세액공제 폐지와 EU 정책 완화가 직격탄

위기의 배경은 명확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2025년 9월 30일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신차 7,500달러, 중고 4,000달러)를 폐지하면서 미국 EV 판매가 급락했다.
포드를 비롯한 완성차 업체들은 10월부터 EV 모델 축소와 하이브리드·내연기관 중심 전략 전환을 공식 발표했고, 배터리 수요 전망을 보수적으로 재산정하면서 공급 계약 해지와 재협상이 연쇄적으로 이어졌다.

유럽도 비슷하다. EU는 2025년 12월 16일 2035년 내연기관차 100% 판매 금지 정책을 90% 배출감소 기준으로 완화했다. 10%는 여전히 내연기관을 허용한다는 의미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레인지익스텐더, 마일드 하이브리드, e-fuel·바이오연료 사용 내연기관까지 길이 열렸다.
중국 EV 경쟁 심화와 유럽 자동차산업 공동화 우려가 맞물리면서, 독일과 이탈리아 등 주요국이 정책 완화를 압박한 결과다. 증권가는 “EV 후발주자의 경쟁력 열위가 공급 계약 해지로 이어지는 사례가 확대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LG에너지솔루션의 대형 계약 해지 배경

포드와의 계약은 2024년 10월 체결됐다.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에서 2027~2032년 상용차용 EV 배터리를 공급하는 내용으로, 배터리 용량은 34GWh(2026~2030년)와 75GWh(2027~2032년)에 달했다. 하지만 미국 EV 세액공제 폐지 직후 포드가 EV 모델 축소와 수요 재조정을 단행하면서 계약이 전면 취소됐다.
FBPS 계약은 2024년 4월 체결됐다. 독일 프로이덴베르크 그룹 계열 배터리팩 제조사인 FBPS는 배터리셀을 외주 조달하는 후발주자 위치였는데, 배터리 사업을 아예 철수하면서 계약이 해지됐다. 이미 이행된 물량은 1,100억 원에 불과하고 잔여분 3.8조 원이 증발했다.
증권가는 “상용차용 배터리팩 밸류체인이 흔들리며 후발 사업자 퇴출이 계약 해지로 이어진 사례”라고 해석한다. 다만 FBPS 계약은 표준화 모듈 공급 성격이라 전용 라인 투자 부담이 작아, LG는 추가 비용·투자 손실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배터리 3사 JV 해체하고 ESS 중심 재편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 5월 GM과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 3공장을 사들인 데 이어, 12월 24일 혼다와의 L-H 배터리 자산을 4.2조 원에 혼다 미국 법인에 매각했다.
오하이오 공장 건물 자산만 넘기고 토지와 장비는 제외하는 sale-and-leaseback 구조다. 공장 운영은 계속하되 유동성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거래 완료는 2026년 상반기 예정이다.

SK온은 2025년 12월 11일 포드와의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분리해 켄터키 1·2공장은 포드 자회사가, 테네시 공장은 SK온이 독립 운영하기로 합의했다. 분리 완료는 2026년 1분기다. SK온은 테네시 공장을 기반으로 고객 다변화와 ESS 포트폴리오 확장을 추진한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 합작공장 StarPlus Energy에서 EV 배터리 1개 라인 외에 ESS 3개 라인을 가동 중이며, 2026년 후반부터 LFP 배터리 생산을 시작한다. 미국 ESS 수요는 2025년 59GWh에서 2030년 142GWh로 140% 증가할 전망이다.

한국 배터리 3사가 동시다발적으로 북미 합작 확대 대신 단독 운영·자산 정리로 급선회한 것은, EV 시장 침체 장기화와 정책 불확실성이 구조적 위기로 전환됐음을 보여준다.
일시적 둔화로 보던 전기차 업황이 미국 세액공제 폐지와 EU 정책 완화로 완전히 판이 바뀌면서,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수요를 보수적으로 재산정하고 공급 계약 재협상·취소, 합작법인 구조 변경이 연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증권가는 “향후 EV 후발주자의 공급 계약 해지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K배터리의 위기는 이제 시작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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