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노조, 임단협서 역대급 요구
기본급 인상, 영업이익 30% 성과급
주 4일제, 정년 만 64세 연장 등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기아의 노동조합이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에서 역대급 요구안을 내걸었다. 1인당 1억 원이 넘는 성과급과 주 4일제 도입, 정년 연장 등을 골자로 하는 요구안을 사측에 전달하면서, 험난한 교섭 과정을 예고했다.

지난해의 화려한 실적을 바탕으로 한 노조의 높은 기대치와, 미국발 고관세와 글로벌 경쟁 심화 등 현재의 위기 상황을 직면한 사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올해 현대차그룹의 노사 관계는 중대 기로에 섰다.
역대급 실적에 기반한 역대급 요구

지난 11일 기아 노조가 사측에 전달한 요구안의 핵심은 단연 금전적 보상이다. 노조는 기본급 14만 1,300원 인상과 더불어, 지난해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기아의 2024년 영업이익은 12조 6,771억 원으로, 요구안에 따른 성과급 총액은 무려 3조 8,031억 원에 달한다. 이는 기아 전체 직원(약 3만 5,700명) 기준으로 환산 시, 1인당 평균 1억 653만 원에 해당하는 파격적인 규모다.
이 요구안이 받아들여질 경우 약 5,400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노조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매출 100조 원 시대를 연 주역이 조합원인 만큼, 그 성과에 대한 정당한 분배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전적 보상 외에 제도적 변화에 대한 요구도 거세다. 노조는 현재 만 60세인 정년을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과 연동해 만 64세까지 연장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는 현대차 노조의 요구안과 동일한 수준으로, 고령화 시대의 안정적인 고용 보장을 위한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히 지난해 주 4.5일제를 요구했던 노조는 올해 한발 더 나아가 주 4일 근무제 도입을 전면에 내세웠다. 현 정부가 주요 공약으로 주 4.5일제 도입을 내세운 상황에서, 이보다 더 진전된 안을 제시하며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축제의 후폭풍, 장밋빛 미래만은 아니다

노조가 역대급 요구안을 제시한 배경에는 지난해의 기록적인 실적이 있지만, 올해 기아를 둘러싼 경영 환경은 녹록지 않다. 가장 큰 위협은 미국 시장의 변화다. 트럼프 행정부의 25% 고관세 부과는 현대차그룹의 수출 채산성을 크게 악화시키는 요인이며, 재고 소진 이후에는 가격 인상이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여기에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수요 둔화와 중국 브랜드의 저가 공세까지 겹치며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즉, 과거의 성과에 취해 미래의 위기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아 노사는 지난 4년간 파업 없는 평화적인 임단협 타결을 이뤄왔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역대급 실적에 대한 보상 심리와 미래 위기에 대한 우려가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노사 간의 간극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성과급, 정년 연장, 주 4일제 등 어느 하나 쉽게 합의점을 찾기 어려운 대형 쟁점들이 산적해 있어, 협상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올해 기아의 노사 협상 결과는 향후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의 노사 관계와 글로벌 경쟁력의 향방을 가늠할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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