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잘 나갔었는데 어쩌다가”… 결국 못 버티고 ‘14년 만에’ 단종되는 국산 세단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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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K9의 단종 결정은 고배기량 가솔린 세단의 수요 감소와 전동화 전환이라는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기아 K9 실내
기아 K9 실내 /사진=기아

핵심 사항

  • 기아의 플래그십 대형 세단 K9이 판매량 급감으로 인해 2012년 출시 이후 14년 만인 2026년 말에 공식 단종됩니다.
  • K9 연간 판매량은 2022년 6,585대에서 2025년 1,581대로 급감했으며 2026년 상반기에는 734대까지 떨어졌습니다.
  • 대형 세단 구매를 고려하는 소비자는 하이브리드 라인업이 있는 제네시스 G80·G90나 그랜저로 선택지를 재편해야 합니다.

국내 대형 세단 시장이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고연비 하이브리드와 SUV가 소비 주류로 부상하면서, 고배기량 가솔린 세단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 플래그십 세단 수요는 구조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여기에 제네시스 브랜드의 확장이 겹치면서 기존 대형 세단 모델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졌다.

최근 소식에 따르면, 기아의 플래그십 대형 세단 K9이 2026년 말 오토랜드 광명 생산 중단과 함께 2세대를 끝으로 단종 수순을 밟는다. 2012년 오피러스 후속으로 출시된 지 14년 만의 결정이며, 후속 대형 세단 개발 계획은 현재까지 공개된 바 없다.

6585대→734대, 판매 급감이 단종을 불렀다

기아 K9
기아 K9 /사진=기아

K9은 출시 초기부터 기아 K 시리즈의 정점으로 자리했다. 후륜구동 기반 플랫폼에 최상급 트림은 배기량 약 5.0L V8 가솔린 엔진을 얹어 고급 의전차와 기업 임원용 차량으로 수요를 확보했다.

2018년 2세대 출시 이후에는 디자인을 재정비하고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과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강화하며 2022년 연간 6,585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후 판매 감소가 가팔랐다. 2023년 3,898대로 줄어든 데 이어 2024년에는 1,870대, 2025년에는 1,581대로 전년 대비 15.4% 급감했다. 2026년 상반기 판매량은 734대에 그쳐 역대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지속적인 수요 감소가 부분변경이나 완전변경에 투자할 명분 자체를 지워버린 셈이다.

하이브리드 없고, 제네시스는 강하고

기아 K9
기아 K9 /사진=기아

K9이 맞닥뜨린 구조적 문제는 복합적이었다. 기아는 K5·K8에는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운영했지만 K9에는 끝까지 도입하지 않았다. K8 하이브리드가 복합 연비 약 15km/ℓ 수준으로 가솔린 대비 연료비를 20~30% 절감하는 동안, K9은 고배기량 가솔린만 유지해 연비와 세금 부담이 경쟁력을 갉아먹었다.

비영업 승용차 기준 자동차세만 해도 연간 70만~100만 원 이상에 달했다. 외부 경쟁도 거셌다. 제네시스 G80는 길이 약 4,995mm의 후륜 기반 대형 세단으로 5,700만~7,000만 원대 가격에 브랜드 프리미엄을 앞세웠고, 길이 약 5,275mm의 G90는 1억 원 이상 초프리미엄 수요를 잡았다.

한편 그랜저는 길이 약 5,035mm로 차체를 키우고 12.3인치 디스플레이와 각종 고급 사양을 탑재하면서 3,700만~5,000만 원대 가격으로 상위 세단 수요 일부를 흡수했다. K9은 프리미엄과 실용 사이 중간 지대에서 양쪽에 동시에 고객을 빼앗긴 구도였다.

K9이 떠난 자리, 전기차와 SDV가 채운다

기아 K9
기아 K9 /사진=기아

기아는 K9 단종으로 확보하는 생산 라인과 인력을 전동화·목적기반차량(PB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사업으로 전환한다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EV4·EV5·EV2 등을 포함해 2030년까지 약 14종의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하고, PV5에 이어 PV7·PV9 PBV 시리즈를 순차 출시하는 계획이다.

여기에 소형 전기 해치백 SDV 프로젝트와 2029년 도심 레벨2++ 자율주행 구현이라는 중장기 목표도 병행 추진된다. K9 단종 이후 기아 세단 라인업에서 최상위는 K8이 맡고, 브랜드 플래그십 이미지는 대형 전기 SUV와 PBV 상위 모델로 이동하는 구조다.

기아 K9
기아 K9 /사진=기아

K9의 단종은 단순히 한 모델의 소멸이 아니라 국내 대형 가솔린 세단 시대의 구조적 전환을 상징한다. SUV와 하이브리드·전기차가 보급되면서 대형 세단만이 가졌던 안락함과 공간의 우위가 희석됐고, 하이브리드 라인업 없이 고배기량만으로 버티던 모델이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진 현실이다.

K9 오너나 대형 세단을 고려하는 소비자라면, 사실상 선택지가 제네시스 G80·G90 또는 그랜저로 재편됐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여부, 브랜드 서비스 네트워크, 유지비 구조를 기준으로 구매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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