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버스는 진짜 싫은데”… 결국 32년 만에 버스 사업 철수 수순 밟는 기아

대형버스 공급망에 생긴 공백의 원인과 향후 현대차 중심의 독점 체제가 업계에 미칠 파급력을 자세히 짚어봅니다.

기아 그랜버드
기아 그랜버드 /사진=기아

핵심 사항

  • 기아가 대형버스 그랜버드의 2027년 물량 계약을 끝으로 32년 만에 신규 접수를 중단했습니다.
  • 잔여 주문이 3,600대에 달해 현재 생산 속도로는 실질적인 대기 기간만 3년에 이릅니다.
  • 점유율 30%인 기아의 이탈로 전세버스 공급난과 현대차 단일 공급 체제 재편이 우려됩니다.

대형버스 시장에 이례적인 공백이 생기고 있다. 기아자동차가 유일한 대형버스 모델인 그랜버드의 신규 계약을 사실상 중단하면서 전세버스 업계 전반에 파장이 번지고 있다.

기아는 “2027년 생산 물량까지 계약이 완료돼 신규 접수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단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는 공식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무려 32년의 역사가 기로에 서다

기아 그랜버드
기아 그랜버드 /사진=기아

그랜버드는 1994년 8월 아시아자동차가 개발·출시한 모델로, 이후 기아가 아시아자동차를 흡수 합병하면서 기아 브랜드 아래 판매를 이어왔다.

32년간 국내 전세버스 시장의 핵심 공급원으로 자리해온 모델이지만, 현재 광주 하남 특수차량 공장에서 하루 5대 생산 체제로 운영 중이며 잔여 주문 약 3,600대가 쌓인 상태다.

이는 현재 생산 속도 기준으로 약 3년치에 해당하는 물량으로, 실질 대기 기간은 이미 정상 수급 시점을 크게 웃돈다.

전세버스 4만 1천 대 시장, 기아 공백의 무게

기아 그랜버드
기아 그랜버드 /사진=기아

2025년 12월 기준 전국 전세버스 등록 대수는 약 4만 1천여 대에 달한다. 이 시장에서 기아 그랜버드는 약 30%를 공급해온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며, 현대 유니버스가 약 60%로 시장을 이끌고, BYD 등 수입산이 10% 수준을 차지하고 있다.

그랜버드가 사라질 경우 사실상 현대차 단일 공급 체제로 재편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앞서 자일대우버스가 울산공장을 폐쇄하면서 이미 대형버스 공급 업체 하나가 시장에서 사라진 상황이어서, 기아의 추가 공백은 구조적 공급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수입산 대체 방안도 현실적으로 제한적이다. 국내 도로 규격과 차량 재원 기준이 달라 도입 가능한 해외 모델이 극히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버스 업계 대응과 정부의 셈법

기아 그랜버드 실내
기아 그랜버드 실내 /사진=기아

전국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16개 시·도 조합 이사장에게 공문을 발송하며 4월 16일까지 계약 취소 피해 사례를 취합하기로 했다. 연합회는 이를 바탕으로 정부에 공식 건의할 방침이다.

전세버스 기본 차령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 기준 11년이며, 임시검사를 통과할 경우 최대 13년까지 연장이 가능하다.

차령 연장이 단기적인 교체 수요를 완충하는 수단이 될 수 있지만, 근본적인 공급 부족 해소책이 되기는 어렵다. 국토교통부는 상황을 인지하고 조사 결과를 받는 대로 다각적인 대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아 그랜버드
기아 그랜버드 /사진=기아

전세버스는 수학여행과 관광, 통근 수요를 책임지는 생활 밀착형 교통수단이다. 단일 모델이 시장의 30%를 담당해온 구조 자체가 공급 충격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이번 사태가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기아의 최종 결정이 어떤 방향으로 내려지든, 버스 업계와 정부가 중장기 공급 구조를 다시 점검해야 할 시점이 왔다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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