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태료 4만 원으로 끝내려 했는데”… 대형사고 뒤 날아온 ‘억대 배상’

by 서태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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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주정차, 과태료로 안 끝난다
사고 과실 책임 최대 50%까지 인정
시야 가림·교통 흐름 방해 사고 유발 위험

도로변에 잠시 차를 세우는 불법 주정차 행위를 단순히 과태료 4만 원짜리 위반으로 가볍게 여기는 운전자들에게 법원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시동을 끈 채 주차된 차량이라 할지라도, 그 차로 인해 교통사고가 발생했다면 사고 책임의 상당 부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주차위반 경고장
주차위반 경고장 / 사진=연합뉴스

운전자가 없는 빈 차가 사고를 유발했다는 사실이 언뜻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이는 우리 법원의 확고한 판례다. 이제 불법 주정차는 단순한 민폐를 넘어, 운전자의 인생을 뒤흔들 수 있는 심각한 법적 책임 문제로 인식해야 할 때다.

불법 주정차로 인한 사고
불법 주정차로 인한 사고 / 사진=토픽트리DB

이 문제의 핵심에는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이 정의하는 ‘운행’의 개념이 있다. 대법원은 자동차의 ‘운행’을 단순히 엔진을 켜고 주행하는 상태에 국한하지 않는다. 차량이 도로에 존재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교통 흐름에 영향을 미치고 잠재적인 위험을 유발할 수 있다면, 시동이 꺼진 주정차 상태 역시 ‘운행 중’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즉, 법적으로 불법 주정차 차량은 멈춰있는 장애물이 아니라, 사고 위험을 유발하는 운행 상태의 자동차로 간주된다.불법 주차가 운전자의 시야를 가려 사고의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는 운전자가 차를 떠나있는 동안에도 사고에 대한 책임은 결코 사라지지 않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주차 금지 구역
주차 금지 구역 / 사진=연합뉴스

불법 주정차 차량에 대한 과실비율은 사고 상황에 따라 매우 무겁게 책정된다. 도로교통공단의 기준에 따르면, 단순한 불법 주정차의 기본 과실은 10%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주차된 장소와 시간, 사고의 종류에 따라 책임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특히 ▲어린이보호구역 ▲횡단보도, 소화전, 버스정류소 인근 ▲교차로나 도로 모퉁이 등 시야 확보가 어려운 곳에서의 불법 주정차는 과실비율이 최대 50%까지 가중될 수 있다.

아파트 단지 불법 주정차
아파트 단지 불법 주정차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만약 불법 주차된 내 차로 인해 대형 인명 사고가 발생하고 50%의 과실이 인정된다면, 수억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액의 절반을 책임져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이는 고스란히 자동차보험료의 대폭적인 할증으로 이어진다. 결국 수만 원의 과태료를 아끼려다, 그 수천 배에 달하는 경제적, 법적 책임을 지게 되는 셈이다.

불법 주정차, 단순 과태료로 끝나지 않는다
불법 주정차, 단순 과태료로 끝나지 않는다 /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상습적인 불법 주정차에 대해 과태료를 가중 부과하는 등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제도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운전자 스스로의 인식 개선이다. ‘나 하나쯤 괜찮겠지’, ‘잠깐인데 뭐 어때’라는 안일한 생각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안겨줄 수 있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

결국 불법 주정차는 단속을 피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사고가 발생하는 순간 운전자를 법적 책임의 한복판으로 끌어들인다. 내 차의 핸들을 잡는 순간부터 주차를 마치고 시동을 끄는 순간까지, 아니 차를 떠나있는 동안에도 운전자의 책임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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