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만 원에 팔고 결국 못 찾네”… 2,880억 손해 보고 철수하는 ‘이 공장’

by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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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14만 원에 매각했던 러시아 공장
바이백 조항 기간 내년 1월 종료
중국 브랜드가 장악한 러시아 시장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던 현대차 공장이 ‘1만 루블’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매각된 지 2년여. 되찾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내년 1월이면 종료된다. 하지만 현대차가 이 권리를 행사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현대차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현대차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사진=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지정학적 갈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러시아 자동차 시장은 이미 중국 브랜드의 각축장으로 재편됐기 때문이다.

현대차 러시아 공장 매각과 바이백 조항

2010년에 열린 현대차 러시아 공장 준공식
2010년에 열린 현대차 러시아 공장 준공식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는 2022년 3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 러시아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이듬해인 2023년, 공장은 러시아 기업 AGR 오토모티브에 1만 루블(약 14만 원)에 넘어갔다. 계약에는 2년 이내 재매입할 수 있는 바이백 조항이 포함됐으며, 이 시한은 내년 1월 만료된다.

바이백 조항은 제재나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한 일시적 철수 시, 향후 재진출 가능성을 열어두기 위한 안전장치다. 하지만 전쟁이 장기화하고 서방 제재가 강화되면서 이 조항을 활용할 명분은 희박해진 상태다.

서방 브랜드 공백, 중국차가 채운 러시아 시장

현대차의 러시아 공장 자동차 생산라인
현대차의 러시아 공장 자동차 생산라인 /사진=현대자동차

러시아 자동차 시장은 전쟁 이후 급격히 재편됐다. 2021년 현대차와 기아는 러시아에서 35만 4,000대를 판매하며 시장 점유율 23.3%를 차지했다. 당시 두 브랜드는 러시아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였다.

단돈 14만 원에 매각한 러시아 공장은 연간 20만 대를 생산하는 주요 거점으로, 약 2,880억 원(약 2억 달러)의 손실을 감수하고 넘긴 공장이었다.

그러나 현대차를 비롯한 서방 완성차 브랜드가 철수하자, 중국 브랜드가 빠르게 그 자리를 메웠다. 2024년 러시아 전체 자동차 판매량은 157만 대로 집계됐다. 이 중 중국 브랜드가 약 100만 대를 차지하며 절대적 우위를 점했다. 시장 구도가 완전히 바뀐 셈이다.

AGR 오토모티브, 솔라리스 브랜드로 공장 재가동

러시아 공장에서 생산되던 현대차 솔라리스
러시아 공장에서 생산되던 현대차 솔라리스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차 공장을 인수한 AGR 오토모티브는 현재 ‘솔라리스(Solaris)’라는 브랜드로 차량을 생산하고 있다. 솔라리스는 과거 현대차가 러시아 시장에서 판매하던 엘란트라의 현지 명칭이었다.

AGR 오토모티브는 현대차 모델을 재배지한 형태로 생산 라인을 유지 중이다. 이 덕분에 공장 설비와 인력은 그대로 활용되고 있다. 다만 브랜드 파워와 기술 경쟁력 면에서 중국 브랜드에 밀리는 상황이다.

현대차 러시아 재진출 가능성과 향후 전망

현대차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현대차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사진=현대차그룹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현대차가 바이백 조항을 행사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우선 지정학적 리스크가 여전히 높다. 전쟁이 언제 끝날지 불투명하며, 서방 제재도 지속되고 있다.

게다가 중국 브랜드가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재진출해도 과거 같은 입지를 회복하기 어렵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큰 러시아 시장보다 다른 성장 시장에 집중하는 편이 합리적인 선택이다.

내년 1월 바이백 시한이 종료되면, 현대차의 러시아 공장은 공식적으로 AGR 오토모티브 소유로 남게 될 전망이다. 한때 연간 35만 대 이상을 판매하며 주요 브랜드로 자리 잡았던 현대차와 기아. 하지만 지정학적 갈등과 중국 브랜드의 약진 속에서, 러시아 시장 복귀는 당분간 현실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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