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는 임금 동결했는데”… 현대차 노조, 결렬 후 끝내 파업 가나

by 서태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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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조, 기본급 인상·성과급 요구
결국 임단협 결렬 선언
사측, 미국발 관세·대외 불확실성으로 신중

6년간 이어졌던 평화가 깨질 위기에 처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질주하던 현대자동차가 7년 만의 파업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은 지난 8월 12일, 사측과의 17차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에서 끝내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울산 현대차 공장
울산 현대차 공장 / 사진=연합뉴스

노조는 역대급 이익에 걸맞은 분배를 요구하는 반면, 사측은 다가올지 모를 ‘관세 폭탄’과 전기차 수요 둔화를 이유로 미래를 위한 허리띠 졸라매기를 호소하고 있다. 현재의 달콤한 성공이 오히려 미래의 불안과 충돌하며 노사 관계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현대차 노사 협상 결렬
현대차 노사 협상 결렬 / 사진=현대자동차

이동석 현대차 대표이사는 이날 교섭에서 절박함을 토로했다. 그는 “도요타는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임금을 동결한 적도 있다”며 다가올 위기 극복을 위한 노조의 협조를 촉구했다.

사측이 내세우는 위기론의 근거는 구체적이다. 당장 미국발 관세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일본이나 유럽 경쟁사보다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으며,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뚜렷하게 둔화하고 있다는 점도 심각한 위협 요소다.

실제로 순수 전기차인 아이오닉 5와 코나 일렉트릭을 생산하는 울산 1공장은 판매 부진을 이기지 못하고 2025년에만 벌써 6번째 휴업(8월 14일~20일)에 들어갔다.

울산 현대차 공장
울산 현대차 공장 /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노조의 입장은 단호하다. 사측의 위기론이 엄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노조의 자신감은 현대자동차가 2025년 상반기에 거둔 눈부신 실적에 뿌리를 두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같은 기간 일본 도요타에 이어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영업이익 2위라는 전무후무한 성과를 달성했다.

이러한 실적을 바탕으로 노조는 ▲기본급 141,3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2024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국민연금 수급과 연계한 정년 최장 만 64세 연장 ▲주 4.5일제 도입 등을 요구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회사가 벌어들인 막대한 이익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사상 최대의 성과를 낸 만큼, 그 과실을 나누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다.

현대차 노사 협상 결렬
현대차 노사 협상 결렬 / 사진=현대자동차

결국 양측의 시선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사측은 다가올 파도를 바라보며 방파제를 쌓아야 할 때라고 말하고, 노조는 지금 발밑에 넘치는 풍요의 샘물부터 나누자고 맞서고 있다.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노조는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하기 위한 수순에 돌입했다.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행위 조정을 신청하고, 이후 조정 중지 결정이 내려지면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할 계획이다. 투표에서 조합원 과반이 찬성하면 노조는 2018년 이후 7년 만에 파업에 돌입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쥐게 된다.

현대차 노사 협상 결렬
현대차 노사 협상 결렬 / 사진=현대자동차

2019년부터 이어진 6년간의 무분규 타결은 노사 관계의 성숙을 보여주는 상징과도 같았다. 하지만 역대급 실적이라는 이례적인 성공이 오히려 양측의 간극을 최대로 벌려놓는 기폭제가 된 형국이다.

앞으로 남은 조정 기간 동안 노사가 한 걸음씩 물러나 극적인 합의점을 찾을지, 아니면 결국 파업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어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 전체에 거대한 충격파를 던질지, 시장의 모든 눈이 울산으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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